[기획 인터뷰] 김용래 특허청장 "디지털 IP시대로 특허 시스템 전환, 글로벌 경쟁력 갖추겠다"

김용래 특허청장이 취임 100일을 맞았다. 사진=특허청
김용래 특허청장이 취임 100일을 맞았다. 사진=특허청

김용래 특허청장이 취임 100일을 맞았다. 디지털 전환 시대를 맞아 지식재산(IP)의 가치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기술 강국으로 가기 위한 우리 미래를 책임질 기반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지식재산 가치가 높아질수록 특허청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김 청장도 디지털 시대 글로벌 경제를 선도할 경쟁력의 원천을 지식재산으로 여기고 이에 따른 정책 방향을 설정했다. 제도와 행정을 디지털로 전환하고, 지식재산 데이터를 산업 전반에서 활용하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디지털 기반 지식재산 혁신 인프라를 조성해 기업 지식재산권이 제대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고 전문인력 양성에도 집중한다. 특허 빅데이터 분석으로 연구개발(R&D) 성과를 높이는 등 국가 차원의 R&D 패러독스 해결이란 큰 과제도 풀어나갈 계획이다. 김 청장으로부터 디지털 IP에 대한 생각과 특허청이 앞으로 추진할 정책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김용래 특허청장(오른쪽)이 정동수 전자신문 전국총괄부국장과 대담하고 있다. 사진=특허청
김용래 특허청장(오른쪽)이 정동수 전자신문 전국총괄부국장과 대담하고 있다. 사진=특허청

대담=정동수 전국총괄 부국장

-취임 100일을 맞아 지식재산 핵심 정책 방향은 어떻게 설정했나.

▲크게 두 가지로 설명드릴 수 있다. 첫 번째로 디지털 전환이라는 혁신적 변화에 대응하도록 지식재산시스템을 정비해 '디지털 IP' 시대를 열어 나아가겠다. 디지털 시대 핵심 자산인 데이터 생산, 전송, 활용 등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식재산 보호 문제와 인공지능(AI)에 의한 발명·창작의 권리 부여 여부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관련 법제를 정비하겠다. 지식재산 행정을 디지털화해 디지털 융·복합 기술 증가 등 환경변화에 대응하고, 4억7000만건에 이르는 지식재산 데이터 개방 확대, AI를 활용한 특허 빅데이터 혁신 플랫폼 구축 등 인프라를 갖춰 기업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도 지원할 계획이다. 또 소위 Korea R&D 패러독스라고 불리는 문제점을 지식재산 관점에서 해결해나가고자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1위 GDP 대비 R&D투자를 하고 있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수 대비 연구 인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R&D 경제적 성과는 저조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를 지식재산으로 연결 지어보면 지식재산으로 벌어들이는 돈이 지식재산을 만드는 비용보다 더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간 25조에 달하는 국가 R&D 전 단계에 특허분석을 전면적으로 활용해 R&D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특허를 창출할 것인지, 매입이나 라이선스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획득할 것인지 등을 판단하는 '전략적 특허경영' 문화도 정착시켜서 정말 필요한 R&D에 집중하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R&D 패러독스가 뭔가.

▲'Korean R&D 패러독스'란 우리가 세계 1위의 GDP 대비 R&D 투자를 하고 있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수 대비 연구 인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R&D의 경제적 성과가 저조한 문제를 꼬집는 말이다. R&D에서 가치 있는 지식재산이 창출되고 이렇게 만들어진 지식재산의 가치가 시장에서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지식재산 창출-보호-활용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산업 전반의 특허 데이터 활용 극대화, 특허심사 품질 제고, 지식재산 시장 활성화, 지식재산 보호 수준 강화 등 다각적 노력을 통해 지식재산을 만들기 위해 쓰인 비용보다 지식재산으로 벌 수 있는 수익이 더 많은 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국가 R&D 전 과정에서 특허분석을 전면적으로 활용해 R&D 효율성을 높이고 가치 있는 지식재산을 창출하는 데 집중하겠다. 특허 데이터는 정제된 기술정보의 보고로서 R&D에서 이를 활용하면 R&D 생산성과 부가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제품·서비스, 신산업 등 새로운 기회도 창출할 수 있다. 특허청은 R&D 기획 단계에서 주요 산업분야 특허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핵심 특허 창출이 가능한 유망기술 발굴을 지원하고, R&D 수행단계에서 산·학·연에 효과적 R&D 방향을 제시하는 지식재산 기반 R&D(IP-R&D) 전략을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 직접개발 R&D에 필요한 회피설계, 특허창출 전략뿐 아니라 매입, 라이선스 등 우회적 기술획득 전략도 확대 지원해 꼭 필요한 R&D에만 집중할 수 있는 '전략적 특허경영' 문화를 확산해 나가겠다.

-특허 빅데이터 분석으로 R&D 성과를 높이고 방향 설정도 가능한가.

▲현재 약 4억7000만건에 달하는 특허 빅데이터는 세계 각국 대학, 연구소, 기업 등이 기술혁신을 위해 각고의 노력과 비용을 들인 R&D 성과물임과 동시에 고급 기술정보 집약체다. 국가 또는 기업의 R&D 투자가 늘어나면 해당 분야 연구 활동이 활발해지고, 결국 그에 대한 성과물인 특허출원이 증가하거나 우수한 특허가 창출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역으로 생각하면 특정 국가 또는 기업의 특허출원 양과 질을 분석함으로써 관련 R&D 동향을 유추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가 주력해야 할 방향에 대한 전략을 체계적으로 세울 수 있다. 기존에 R&D를 기획할 때 주로 전문가 집단의 주관적 판단에 의존했다면, 특허 빅데이터라는 객관적 근거를 통해 정확한 예측과 방향 설정이 가능하게 된다. 특허청은 이러한 특허 빅데이터 분석을 더욱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AI 분석 기법을 활용한 혁신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며, 다른 산업 데이터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등 특허 빅데이터 활용 확대 방안을 다각적으로 강구해 나갈 계획이다.

-소재·부품·장비(소부장)에 제도화된 IP R&D를 다른 분야 정부 R&D까지 확대한다고 했는데 실행 계획은.

▲산업·과기·중기부 등 R&D 관계부처 협력을 통해 소부장 특별법, 공동관리규정 등에 소부장 정부 R&D 과제에 대한 IP-R&D 지원 근거를 마련했으며, 올해 소부장 핵심품목 정부 R&D 과제에 대해 IP-R&D 지원을 확대 적용했다. R&D 수행과정에서 특허 데이터를 활용한 치밀한 전략을 수립하면 특허분쟁 위험을 해소하고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면서 우수특허도 확보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디지털뉴딜, BIG3(바이오헬스, 미래차, 시스템 반도체) 등 미래 신시장 선점을 위한 혁신성장동력 분야 정부 R&D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도 IP-R&D를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년에는 예산 증액을 통해 소부장 외에 혁신성장동력에 대한 IP-R&D를 확대해 디지털경제 전환 등 경제·사회구조 변화에 따라 발생하는 혁신기술에 관한 핵심특허 확보를 지원할 계획이다. 앞으로 중요분야 정부 R&D에도 IP-R&D가 확산될 수 있도록 R&D 부처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

-소상공인 등 사회적 약자의 상표권, 아이디어가 부정한 방법으로 탈취당한 경우 보호받을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특허청은 심사단계에서 모방상표 등록을 방지하기 위해 악의적 상표선점 행위에 대한 피해 신고 사이트를 상시운영하고 있다. 악의적 상표선점 행위 의심자 리스트를 관리하면서 상표선점 목적 모방상표 등록을 거절하는 등 영세상인의 피해를 방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악의적 상표선점 행위 의심자에 의한 출원은 감소하고 있다. 소상공인 등 영세상인의 상표 권리보호를 위해 2013년부터 '선사용에 의한 법정통상사용권'을 도입해 상표등록을 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타인의 상표출원 전부터 사용하고 있다면 영업 중단 없이 성명, 상호 등을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또 공익변리사 상담센터 운영, 부정경쟁행위 조사· 시정 등을 통해 소상공인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공익 변리사가 무료로 지재권 상담과 상표출원서 등 서류작성 및 상표침해 관련 민사소송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제3자가 무단으로 소상공인 상품의 형태 모방, 아이디어 탈취 시 특허청에서 부정경쟁행위 조사 및 시정권고를 실시하고 있다. 앞으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지식재산권 교육 및 홍보를 강화해 소상공인 권리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

-AI 등 앞으로 다양한 신기술 출현으로 기존 지식재산 제도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데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경제 확산으로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AI, 빅데이터 등 혁신기술이 향후 기업과 국가 경쟁력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혁신기술의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디지털 시대 핵심 자산인 데이터의 보호방안, AI에 의한 발명·창작의 권리 부여 여부, 홀로그램 등 신유형 상표·디자인의 보호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산업계, 학계, 법조계와 논의해 나가겠다. 특허심사 측면에서 혁신기술은 2가지 이상 기술이 융합되는 경우가 많아 종전 심사체계로는 대응이 어렵다. 4차 산업혁명 관련 혁신기술을 전담하는 국단위 심사조직(융복합기술심사국)을 신설해 서로 다른 분야 심사관이 협업심사를 하는 등 고품질 특허창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또 기술변화 주기가 짧은 이들 혁신기술에 대해 조기 특허를 받을 수 있도록 우선심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혁신기술에 대한 특허 부여 기준을 정립해 혁신기술이 제대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지속적으로 정비해 나가겠다.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발표한 지식재산거래 활성화 대책은 어떤 내용인가.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서로 다른 기술 융합과 외부로부터 기술획득을 통한 빠른 혁신이 요구되고 있고, 이에 따라 지식재산 거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과 공공연구소를 살펴보면 정부 R&D 예산의 약 70%를 사용해 매년 약 22만건의 특허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나 기술거래 규모는 미국 대학의 6%대에 그칠 정도로 빈약한 수준이다. 이런 현실을 개선하고자 이번에 대책을 마련하게 됐다. 우선 IP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존재인 전문성 있는 민간 거래기관을 육성할 계획이다. 한국발명진흥회 지식재산거래소라는 거래에 특화된 전문기관이 중심이 돼 잠재력 있는 민간 거래기관들을 선정한 후 지식재산거래소 가맹점 자격을 줘 공신력을 부여하고, 컨설팅 비결을 전수하는 등 앞으로 5년간 36곳 민간 거래기관을 키울 예정이다. IP 거래 시스템도 개선해 제공할 예정이다. 많은 국민이 이용하는 특허검색서비스 KIPRIS(100만건 특허문헌 보유 중)에 사고 팔수 있는 특허의 경우 '거래희망' 버튼을 제공해 거래로 유도하고, 소비자가 제안한 좋은 아이디어도 기업이 사 갈수 있는 거래 장터 '아이디어 거래 플랫폼'도 준비 중이다. IP 거래를 위한 환경적 기반도 마련해 나가겠다. 정당한 지식재산 거래보다 침해 후 다툼이 유리하다는 인식을 개선시킬 수 있도록 IP 보호체계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최근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 서명으로 아세안, 아시아지역 지식재산 시장의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데 기대효과는.

▲한국, 아세안 10개국, 호주, 일본, 중국, 뉴질랜드 등 15개국이 지난 15일 열린 제4차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 정상회의에서 RCEP에 서명했다. 이로써 세계 GDP의 30%(26조3000만불), 세계 인구 30%(22억6000만명), 세계 무역규모 28.7%(5조4000만불)에 해당하는 거대시장에서 우리나라 기업의 특허·상표·디자인 등 지재권 보호 기반이 마련됐다. 아세안은 우리나라 수출비중이 높은 시장으로 국내기업에는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RCEP 서명으로 각 조항들이 국가별 국회비준과 발효절차를 거친 후 시행될 예정이다. 상표, 특허, 디자인 등 분야별로 총 83개 조항이 세부적으로 규정함으로써 지재권 조항이 아세안에 적용되면, 해당 지역에 진출했거나 진출 예정인 국내기업의 지재권이 효과적으로 보호될 것으로 기대된다. RCEP 서명을 통해 아세안에 우리나라와 유사한 지재권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첫 단추가 끼워졌다는데 의미가 크다. 특허청은 양자·다자 간 협력을 통해 국내기업이 필요로 하는 RCEP 조항들이 아세안 등에서 조속히 시행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

대전=양승민기자 sm104y@etnews.com

[기획 인터뷰] 김용래 특허청장 "디지털 IP시대로 특허 시스템 전환, 글로벌 경쟁력 갖추겠다"

<김용래 특허청장 프로필>

김용래 특허청장은 1968년생으로 서울 영락고와 연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리즈대 Business School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0년 제26회 기술고시로 공직에 입문해 산업자원부 기술사업화 팀장, 지식경제부 가스산업과장, 산업통상자원부 운영지원과장, 소재부품산업정책관, 장관정책보좌관, 통상차관보, 산업혁신성장실장 등을 역임했다. 올해 8월 제27대 특허청장으로 취임해 디지털 시대를 맞아 지식재산의 위상 변화에 따른 특허청의 역할을 재설정하고 있다. 취임 이후 디지털 IP TF를 구성해 디지털 경제 선도를 위한 지식재산 전략과 과제를 준비하고 있고, 디지털 지식재산 포럼을 통해 학계·산업계 등 의견 수렴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