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조 뉴딜펀드 뜬다는데...VC시장 투자금 확보 '비상'

은행·증권사 등 정책펀드 편중 우려
벤처투자업계, 신규 결성 난항 예상
정부 자금 외려 초기투자 생태계 줄여
중기부, 출자자 다각화 해결핵 모색 중

내년부터 5년간 20조원 규모로 투입되는 뉴딜펀드 출범 소식에 중소형 벤처캐피털(VC)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워진 출자자(LP) 확보가 대규모 정책 펀드 투입에 따라 대형 사모펀드(PEF) 중심으로 쏠릴 것을 우려해서다.

18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중소형 VC를 중심으로 신규 벤처펀드 결성에 대한 우려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달 들어서야 간신히 모태펀드 출자 펀드 결성을 마무리한 한 중소형 VC 관계자는 “당장 올해는 어떻게든 펀드 결성을 마무리했지만 내년 신규 펀드 결성을 위한 출자자 확보가 더욱 걱정”이라면서 “내년부터는 사모펀드 전담 인력을 확보해 뉴딜펀드 결성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부터 산업은행과 한국성장금융을 통해 6000억원을 우선 출자해 2025년까지 총 20조원 규모 정책형 뉴딜펀드를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주된 투자 대상은 창업·벤처기업을 비롯한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PEF를 비롯해 디지털 사회간접자본(SOC),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분야까지 다양하다. 투자 방식 역시 신주·구주 등 주식부터 채권, 전환사채 등 메자닌 증권 인수, 대출까지 여러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정부는 이미 올해부터 창업·벤처기업에 대한 벤처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스마트 대한민국 펀드' 조성하기 시작했다. 스마트대한민국펀드와 차별화를 위해 초기 기업보다는 성장 단계 기업에 집중 투자할 수 있는 PEF 중심으로 펀드 결성을 계획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야당뿐만 아니라 국회예산정책처에서도 뉴딜펀드와 스마트대한민국펀드에 대한 중복성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차별화를 둘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은행, 증권사 등 벤처투자시장의 큰 손도 벤처펀드보다는 뉴딜펀드에 관심을 더 기울이는 분위기다.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보다는 어느 정도 성장성이 확보된 기업에 투자하는 편이 수익률 확보에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PEF 등 자펀드 형태로 조성될 개별 펀드의 규모가 VC가 운용하는 벤처펀드에 비해 커 출자 의사를 결정하는 데 용이하다는 점도 뉴딜펀드를 선호하는 이유로 꼽힌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조성을 개시한 스마트대한민국펀드에 뉴딜펀드까지 투입되면 아무래도 출자자 입장에서는 보다 편한 쪽에 출자하는 방안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면서 “관제 펀드라고는 하지만 보다 운용에 편의가 있는 쪽을 택하는 것이 당연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이렇다 보니 기존 모태펀드 출자 사업에 참여하던 중소형 VC 사이에서도 고민이 커지는 분위기다. 한 VC 관계자는 “기존 출자자 상당수가 이번 모태펀드 출자 이후 내년부터는 출자 여력이 없다는 이야기가 끊이질 않는다”면서 “뉴딜을 위해 투입한 정부 자금이 외려 초기투자 시장 생태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기부에서도 출자자 다각화를 위해 고민하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없는 분위기다. 라임·옵티머스 사태 등으로 인해 개인투자자의 신탁 출자가 줄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연기금도 출자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 국민까지 공모펀드를 통해 뉴딜펀드로 자금이 흡수되면 초기투자 시장이 죽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초기 투자 시장이 쪼그라 들지 않도록 해당 부문에 일정 수준 출자 의무를 부여하는 등의 대책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