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핀테크 업체에 이벤트 비용 부담 전가 '구설수'

최대 100만원 당첨금 지급 '현금 줍줍'
핀테크 기업에 수수료 명목 50원씩 받아
업체 "오죽하면 출금 횟수 월 30회 제한"
케이뱅크 "출금 수수료 받는 것 문제 없어"

케이뱅크, 핀테크 업체에 이벤트 비용 부담 전가 '구설수'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고객유치 이벤트 비용을 핀테크 업체에 부담시켜 구설수에 올랐다. 출금 기능을 무기 삼아 핀테크 업체에 이벤트 비용을 전가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 혁신을 위해 정부와 국회 등이 법·규제까지 손질해줬지만 혁신을 뒤로한 채 핀테크 업체에 비용을 전가해 빈축을 사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고객 유치를 위해 '현금 줍줍'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케이뱅크 계좌개설 후 출금계좌로 등록하고 여러 간편결제 서비스를 통해 출금이 이뤄지면 건당 1개의 행운 상자를 지급한다. 각 서비스마다 하루 10개까지, 10개 서비스 모두 참여하면 총 100개 행운상자를 준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토스, 페이코, SSG페이 등 국내 대표 간편결제로 출금이 이뤄져야 받을 수 있다. 최대 100만원까지 당첨금을 지급하고 행운상자를 열면 1만원, 1000원, 20~59원 등 현금을 바로바로 지급해주는 이벤트다.

케이뱅크, 핀테크 업체에 이벤트 비용 부담 전가 '구설수'

문제는 이 현금줍줍 재원이 케이뱅크 자체 자금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계좌 연동을 해주는 핀테크 기업에 출금수수료 명목으로 케이뱅크가 건당 50원씩 돈을 받아 마치 자체 행사처럼 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핀테크 업체 고위 관계자는 “케이뱅크가 출금 기능을 무기로 여러 기업에 삥을 뜯어내는 구태를 벌이고 있다”며 “참여한 핀테크 기업이 오죽했으면 출금 횟수를 월 30회로 막는 등 비상식적인 일이 발생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참여사 관계자는 “블랙마켓에서 있을 편법 마케팅을 금융혁신 메기로 불리는 케이뱅크가 아무런 여과 없이 할 수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라며 “케이뱅크 내부에서도 체리피커만 양산하는 소모적인 이벤트를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냈지만 경영진이 이를 묵살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현금줍줍 이벤트 후 SNS와 각종 블로그 등에는 '3분 투자해 하루 30만원까지 벌었다' '내년 6월까지 용돈 벌자' 등 자극적인 홍보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서비스보다는 노이즈 마케팅을 부추기고 단순 출금 체리피커 하는 법 등을 자세히 소개하는 글들이 지속 올라온다.

핀테크 기업이 은행에 내는 오픈뱅킹 출금 수수료는 건당 50원 수준이다. 체리피커가 많아질수록 내야할 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상당수는 행운상자 이벤트 참여만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핀테크 업계는 금융당국이 이 같은 편법 마케팅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현행 출금수수료를 추가로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핀테크 기업에 편승해 계좌 늘리는 데 혈안이 된 케이뱅크 행태를 문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자극 마케팅에 상당수 고객이 하루종일 이체만 하는 비상식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 재테크 카페 등에 복주머니 이벤트 이체 방법 등이 소개되면서 이것만 하는 체리피커가 늘고 있다.

이에 대해 케이뱅크 관계자는 “오픈뱅킹 이후 실제 고객을 늘리기 위한 것으로 오픈뱅킹 출금수수료를 받아 이벤트를 여는 건 문제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