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게 신청하더니...AMI사업 3차 추경 집행 '제로'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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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월 3차 추가경정 예산으로 산업통상자원부에 편성된 공공주택 지능형 원격검침인프라(AMI) 사업 예산이 4개월이 지나도록 집행되지 않고 있다.

규격 결정이 늦어진 탓으로, 산업부는 올해 안에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정작 AMI 주요 목적인 계절·시간대별 전기요금(계시별 요금) 체계는 도입되지 않고 있어 시급성이 떨어지는 사업에 추경 예산이 반영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국민의힘이 집계한 추경예산집행실적 자료에 따르면 '가정용 스마트 전력 플랫폼 사업'에 배정된 3차 추경 예산 282억원의 집행 실적은 '0'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경기침체 극복을 위해 △수출과 투자 활성화 △내수 진작 및 위기 사업 지원 등 명목으로 3차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4개월이 지났지만 AMI 관련 예산은 산업 현장에 뿌려지지 않았다.

스마트 전력 플랫폼 사업은 전력계량기를 AMI로 교체하는 것이다. AMI는 전력선통신(PLC), 양방향통신 등을 활용해 실시간 전기 사용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장치다. 그동안 한국전력공사가 단독주택 대상으로 실시했다. 올해 추경을 통해 마련된 사업은 한전 소관이 아닌 아파트 등 대형 공공주택이 대상이다.

정부는 지난 7월 그린뉴딜 일환으로 오는 2022년까지 500만가구를 목표로 관련 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3차 추경으로 편성된 282억원은 올해 40만가구 AMI를 우선 구축하기 위한 예산이다.

산업부는 사업자 선정 등을 마치는 대로 예산을 집행하겠다고 설명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AMI 규격 등을 정하느라 작업이 늦어졌다”면서 “사업자를 선정해 조만간 집행하고, 올해 집행되지 않은 예산은 내년에 할 것”이라고 말했다.

AMI업계는 시장 규모가 커지는 만큼 관련 사업의 조속한 시행을 희망했다. AMI 업체 관계자는 “현재 관련 입찰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사업자 선정이 완료되면 본격적인 사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업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면 아파트 등 대형 공공주택 AMI 시장이 열리는 마중물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에너지업계 일각에서는 굳이 추경을 받으면서까지 서둘러 예산을 편성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현 주택용 전기요금 체계에서는 AMI의 실시간 검침 기능 등을 활용할 곳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아파트에 AMI를 구축해서 계절과 시간대별로 상이하게 적용하는 계시별 요금제를 비롯해 태양광 전기요금 상계, 국민 수요관리(DR) 서비스 등을 구상하고 있지만 이들 모두 전기요금 관련 제도 개선이 있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계시별 요금제만 해도 매번 전기요금 인상 논란이 제기될 때마다 언급됐다. 해묵은 이슈지만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있어 정부와 여당이 전기요금 개편 이슈를 꺼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일반 주택과 달리 계량기를 직접 구매해야 하는 아파트 특성상 입주민을 설득하고 투표 등을 통해 조합 및 주민대표와 계약까지 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굳이 추경이 아닌 본예산으로 추진해도 되는 사업이란 설명이다.

야권에선 코로나19를 명분으로 추경 예산을 받은 그린뉴딜 사업의 하나로 보고 있다. 3차 추경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단독 처리하면서 요건에 부합하지 않고 불요불급 사업이 다수 들어갔다는 평가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올해는 4차까지 역대 가장 많은 추경과 함께 국가 부채도 그만큼 늘어난 상황”이라면서 “올여름에 편성된 3차 추경 예산이 내년도 예산을 심사하고 있는 지금까지도 집행되지 않았다는 점은 추경 요건에 부합한 사업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