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전기요금에 환경비용 반영과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동등한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고 정부에 제안했다. 2035년부터 친환경차만 신차 판매로 허용하고 2045년 이전에 석탄발전을 '제로화'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미세먼지 감축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지만 경유 사용이 집중된 화물차·물류 등 중소업계와 산업계 반발이 거셀 전망이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미세먼지·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중장기 국민정책제안'을 발표했다.
국민정책제안은 쟁점분야 8개 대표과제와 21개 일반과제 등 29개 과제로 구성됐다. 이를 통해 2030년 감축목표를 현행 대기환경기준이자 세계보건기구(WHO) 잠정목표 3단계 수준인 ㎥당 15㎍으로 설정했다. 2017년 대비 40%를 줄이자는 것이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경유차 수요와 운행 억제를 통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수송용 휘발유와 경유간 상대가격 조정을 제시했다. 경유 가격은 2018년 기준 약 100대 88에서 OECD 회원국 평균 수준인 100대 95 내지 OECD 권고 수준 100으로 단계적으로 조정한다. 경유차 미세먼지 배출량이 동급 휘발유차보다 9.7배가량 미세먼지를 더 배출한다는 판단에서다.
안병욱 운영위원장은 “현재 교통에너지 환경세는 휘발유가 529원인데 경유는 375원으로 낮다”며 “이를 3~5년 내 100대 95로 맞추는 것을 우선 제안했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는 경유차가 더 많은 미세먼지를 배출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미세먼지 원인 주범를 경유차로 모는 것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영국 교통성에 따르면 배기가스로 인한 미세먼지보다 차량 타이어 마모, 브레이크 패드 등에서 나오는 미세먼지가 주를 이룬다는 보고서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배출가스는 대형 노후 화물차에 집중하는 만큼, 세금을 올리는 것은 미세먼지 배출이 적은 최신 경유차에도 똑같이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2035년 또는 2040년부터 무공해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또는 무공해차만 국내 신차 판매를 허용하도록 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차로 전환 로드맵 수립도 촉구했다.
전체 발전량의 40.4%를 차지하는 석탄발전 퇴출도 권고했다. 2045년 또는 그 이전까지 탄소발전을 '제로(0)' 수준으로 감축하되,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2040년 이전으로 앞당기는 방안도 제안했다. 원자력발전을 포함한 천연가스, 그린에너지, 탄소포집기술 등을 대안기술로 꼽았다.
현행 전기요금체계를 개선해 전기요금에 환경비용 50% 이상을 반영하자는 제안도 내놨다. 연료비 변동을 반영하되 환경비용은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반영하자는 것이다. 안 위원장은 환경비용의 50%를 반영할 경우 5만원 정도 전기료를 내는 가구는 2030년까지 7700원을 더 부담할 수 있다면서 100% 반영시에는 2만5000원이 추가된다고 설명했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이 같은 중장기 국민정책제안을 정부에 이달 중 제출할 방침이다.
반기문 위원장은 “사회·경제구조에 대한 과감한 체질개선 없이는 탄소경제라는 성장의 덫에 빠져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면서 “지금 당장 '패러다임의 대전환'과 '2050년 탄소중립'을 향한 첫 걸음에 동참해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함께 만들어나갈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15년 뒤 무공해차만 국내 판매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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