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레이더 송수신기 핵심부품을 국산화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국방·민간 분야 레이더 기술 자립화와 소재·부품·장비 수출규제 대응 기반을 마련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원장 김명준)은 산하 DMC융합연구단이 레이더 반도체 송수신기용 질화갈륨(GaN) 스위치 집적회로 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 레이더의 스위치 소자, 집적회로 설계 및 제작을 모두 국내 기술로 이뤘다.
연구진은 C-대역 및 X-대역 레이더 송수신기용 스위치 집적회로를 개발했다. 송수신 스위치는 레이더 송수신기를 이루는 핵심 장치다. 기존 이 역할을 하는 '서큘레이터'는 모듈 수천개가 쓰여 부피가 크다. 스위치 집적회로는 서큘레이터 기능을 반도체 칩으로 구현, 부피 문제를 해결한다.
연구진은 고출력을 견디는 GaN을 활용해 40와트(W)급과 30W급 출력, 30데시벨(㏈) 이상 격리도(원치 않는 곳으로 신호가 전달되지 않는 정도) 성능을 낼 수 있게 했다. 이는 미국·유럽 상용 제품과 대등한 수준이다.
개발 스위치는 1.3×1.55×0.1㎜로, 0.2㎣ 크기다. 기존보다 부피를 450배 줄였다. 모듈 무게도 최대 10% 이상 감량 가능하다.
레이더 송수신기용 스위치 집적회로가 기존 서큘레이터를 대체하면서 같은 성능을 내려면 저손실 및 고출력 스위치 반도체 소자 설계 기술과 고격리 스위치 설계 기술이 필요하다.
연구진은 다년간 GaN 반도체 소자를 설계·제작해온 인적, 물적 연구 노하우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융합연구단사업 참여기관 간 기술력 융합으로 성과를 냈다.
개발 기술은 전투기 능동위상배열(AESA) 전단부 등에 쓰일 수 있다. AESA는 기존 기계식 레이더와 달리 송수신부가 통합된 최첨단 레이더다. 민간 선박, 기상 레이더 송수신기 모듈 등 다양한 분야에도 응용할 수 있다.
임종원 ETRI 박사(DMC 융합연구단장)는 “국내 연구기관들의 우수한 설비와 연구역량을 융합해 고출력 스위치 집적회로 기술을 확보했다”며 “고출력 레이더 반도체 송수신기 국산화 및 자주국방을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연구진은 이 기술을 응용해 송수신용 개별 집적회로를 한 칩에 통합해 집적하는 후속 연구를 진행, 상용화 지원에도 나설 예정이다.
이번 연구에는 ETRI를 비롯해 한국기계연구원, 나노종합기술원이 참여하고 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및 민간보유 우수기술을 활용, 국방 무기체계용 핵심 반도체 기술을 융합연구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