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버스운수사업자인 KD운송그룹이 전기버스 제조에 뛰어든다. 내연기관 버스가 전기버스로 빠르게 대체되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전기버스는 내연기관 버스와 비교해 부품이 적고 생산 공정이 단순해 시장 진입 장벽이 낮다. 운수사업자가 완성차 제작까지 나서는 국내 첫 사례다.
KD운송그룹은 자회사를 통해 전기버스를 생산할 목적으로 중국 킹룽(진룽)그룹 등 국내외 복수업체와의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차량 플랫폼과 외관 등은 협력사를 통해 조달하고, 배터리 시스템 등은 자체 제작해서 조립 생산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KD운송그룹 측은 “전기버스 시장에 진출할 목적으로 관련 업체와 협력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내연기관 차량이 전기차로 전환되는 수요에 대응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KD운송그룹은 경기·대원고속을 비롯해 전국에 18개 버스운수업체를 계열사를 둔 국내 최대 버스 운수사업자다. 운영하고 있는 버스만 약 5300대로, 업계 2위인 선진그룹이 운영하고 있는 버스보다 두 배 이상 많은 독보적 1위 기업이다. KD운송그룹의 시장 진출은 전기버스 수요가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운행 연한 경과 등에 따른 그룹 내 버스 교체 수요만 연간 300~400대에 이른다. 올해 국내 전체 전기버스 보급 목표가 650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규모다. 대당 4억원 안팎의 전기버스 가격을 감안하면 KD운송그룹은 자체 수요만으로도 1000억원 규모의 매출이 발생한다. 제작·생산에서도 시장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전략이다. 전기버스 제작 시 노선버스나 장거리 운행버스 등 환경에 최적화된 맞춤형 차량 제작이 가능하고, 배터리 등 고가 부품 수급에도 크게 유리하다.
전기버스는 기존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부품이 3분의 1 수준으로 공정이 단순하다. 기존 완성차 업체와 협력해 차량 섀시 등 플랫폼만 확보한다면 이후 제작·생산은 크게 어렵지 않다. 정부 보조금 정책도 긍정 요소다. 정부는 내년에만 최소 1000대의 전기버스를 노선용 버스에 보급할 계획이다. 차량당 정부 보조금만 최소 2억원이 되기 때문에 시장 진출에 따른 초기 사업 부담도 적다. 버스 운수 업계에서는 전기버스를 자체 도입하기 위해 이미 제조업자개발생산(ODM)이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 등을 검토해 왔다. 전기버스 시장도 점차 확대돼 KD운송그룹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사업이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