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골프로봇 엘드릭, 박세리 넘고 만능로봇 진화 꿈꾼다

내달 인간vsAI 골프대결…롱드라이브·홀인원 '엘드릭' 우세
스윙·장비분석 데이터 활용 레슨·경기 도우미 역할 등 기대
리모컨 조정…자율주행기술 더해지면 코스 내 활용성도 'UP'

엘드릭 홍보영상 캡쳐
엘드릭 홍보영상 캡쳐

'인공지능(AI) 로봇이 레슨부터 멘털 코칭까지?' 골프여제 박세리가 내년 1월 AI 로봇 엘드릭(LDRIC)과 골프 대결을 벌인다. 4년 전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AI 기사 '알파고' 대국의 골프버전이다. '인간 vs AI' 대결을 통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AI 기술력에 대한 관심 증대는 물론 다양한 골프산업 적용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질 전망이다.

엘드릭의 공식 명칭은 '지능형 회로장착 지향성 발사로봇(Launch Directional Robot Intelligent Circuitry)'이다. 엘드릭은 지난 2016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피닉스오픈 프로암 경기에 등장, 16번 홀(파3)에서 홀인원을 기록했다. 당시 엘드릭은 5번의 스윙으로 홀인원을 기록하며 세계 골프팬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일반적으로 아마추어 골퍼의 경우 홀인원 확률은 1만2000분의 1, 프로골퍼는 3000분의 1로 알려진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준이다.

박세리와 엘드릭의 맞대결은 그 자체보다 AI 기술력 발전 정도와 향후 활용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 이후 일반인들의 AI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프로바둑 기사가 AI로 연구하거나 바둑방송에 활용되는 등 활용폭이 넓어진 것과 같은 맥락이다.

먼저 골프시장에서 AI 로봇 엘드릭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다. 클럽이나 볼 등 장비 테스트 외에도 발전된 AI 기술을 활용하면 레슨에도 활용될 수 있다.

스윙분석 장비 개발자 김중현(43)씨는 “AI 기술을 활용하면 골프레슨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엘드릭만 봐도 이미 사람의 스윙을 보고 스윙 스피드와 궤도는 물론 탄도와 볼의 낙하 각도까지 그대로 재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많은 데이터가 쌓이고 이에 대한 분석이 진행된다면 아마추어 골퍼의 스윙을 분석하고 장단점을 파악, 레슨에도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며 “이미 알고리즘을 활용한 스윙분석 및 레슨 프로그램이 시장에 등장하는 데 앞으로 발전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라고 전망했다.

코스 내 활용성도 기대된다. 자동차 분야에서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자율주행기술 접목이 핵심이다. 엘드릭은 현재 사람이 리모컨으로 조정해 페어웨이를 이동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자율주행기능이 접목되면 코스 내에서 레슨은 물론 다양한 역할까지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쉽게 험지주행이 가능한 자율주행로봇이 무기 분야에서는 이미 상용화 단계까지 접어들었다”며 “자율주행능력이 갖춰진다면 AI 로봇의 코스 내 코칭은 물론 경기 도우미 역할까지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세리와 엘드릭의 맞대결 결과는 어떨까.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 단 1승을 거두는 데 그친 것만 봐도 박세리가 엘드릭에 우위를 점하긴 쉽지 않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번 대결은 장타 대결인 롱드라이브와 홀인원, 퍼팅 세 가지로 진행된다. 7.8마력의 힘을 갖추고 최대 시속 130마일(약 209㎞) 스윙스피드를 낼 수 있는 엘드릭의 스펙을 고려하면 박세리가 비거리에서는 절대 열세다. PGA투어 선수들의 평균 스윙스피드가 113마일(약 182㎞) 정도다.

홀인원과 퍼팅 역시 엘드릭의 우세가 예상된다. 엘드릭은 스윙스피드를 1마일부터 130마일까지 정교하게 컨트롤 할 수 있다. 레이더와 카메라를 이용해 정확히 거리를 계산하고 정확하게 스윙을 할 수 있다. 1만2000분의 1에 불과한 아마추어 골퍼의 홀인원 확률과 20%에 달하는 엘드릭의 홀인원 확률의 차이가 만들어지는 이유라 할 수 있다. 박세리는 LPGA투어에서 뛴 18년 간 단 한 번의 홀인원을 기록했다. 전적으로 감각과 경험에 의존해 자연이라는 변수에 희망을 걸어야 하는 셈이다.

정원일기자 umph1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