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 "15일부로 VoD 공급 중단"…케이블TV CPS 협상 압박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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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방송사가 케이블TV에 주문형비디오(VoD) 공급 중단 의사를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0월부터 재개한 채널 재송신료(CPS) 협상에 진전이 없자 방송콘텐츠 공급 중단이라는 초강수로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포석이다.

케이블TV는 지상파가 이용자 시청권을 볼모로 삼는다며 반발했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는 LG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에 이달 중순부터 신규 콘텐츠 VoD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요지의 공문을 발송했다.

지상파 방송사는 공문을 통해 케이블TV가 1년 이상 콘텐츠 사용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채 무단 사용하고 있으며, 콘텐츠 사용료 계약에 대한 의지도 없다고 주장했다.

LG헬로비전에는 지상파 방송 3사 모두 이달 15일부, SK브로드밴드(B tv 케이블)에는 KBS·SBS가 18일부로 VoD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공문을 각각 보냈다.

지상파 방송 관계자는 10일 “2018년 말 CPS 계약이 종료됐지만 양측 신뢰 관계와 이용자 보호 등을 고려, 기존 계약대로 콘텐츠를 제공해 온 것”이라면서 “케이블TV가 협상에 적극 응하지 않는 상황에서 방송사 고유 자산인 콘텐츠를 무계약 상태로 계속해서 제공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지상파 방송사는 케이블TV에 3개년(2019~2021년) CPS를 매년 전년 대비 5% 이상 인상해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블TV는 “인상률에 대한 구체적 근거 제시는 없었다”면서 “무조건적 인상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케이블TV는 지상파 방송사가 협상 우위만을 고려, 케이블TV를 통해 VoD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청자를 볼모로 잡았다고 비판했다.

VoD 공급이 중단되면 케이블TV 가입자 수백만명이 신규 프로그램 VoD 이용을 하지 못하는 피해를 고스란히 보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지상파 방송사는 케이블TV에 이용자 보호 차원에서 사전에 VoD 서비스 중단 사실을 고지할 것을 요구했다.

케이블TV 관계자는 “이용 수요가 많은 신규 콘텐츠 VoD 중단은 실시간 채널 중단에 준하는 파급력을 가진다”면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장으로 실시간 시청보다 VoD 이용과 영향력이 증가한 현실을 감안하면 VoD 공급 중단은 이용자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상파 방송이 VoD 공급 중단을 내세워 콘텐츠 사용료 협상을 압박하는 행위는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권리 남용 행위로 볼 여지가 있다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유료방송 전문가는 “CPS 등 콘텐츠 사용료는 콘텐츠가 유료방송 플랫폼에 기여한 공과에 근거해서 책정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지상파 방송사가 비슷한 시기에 동일한 방법으로 케이블TV를 압박하고, 조속한 합의를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유료방송 시장 발전을 위해 불합리한 콘텐츠 사용료 계약 관행은 타파해야 한다”면서 “데이터에 기반을 둔 콘텐츠 사용료 산정 기준 수립 등 합리안을 마련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