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대형 차세대 IT사업, 국산SW 성장 마중물 기대

공공사업 외산 선호 현상 여전
정부 국산SW 육성책과 엇박자
기대감 컸던 국내업계 실망감
새해 대형사업 많아 대책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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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 한 해 추진한 다수의 공공 대형 정보기술(IT) 차세대 사업에서 국산 소프트웨어(SW)를 외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여파로 민간 시장이 침체한 상황에서 공공 IT사업에 기대를 걸고 있던 국내 SW업계의 실망감 또한 컸다. 새해에도 공공 대형 차세대를 비롯해 디지털뉴딜 사업이 다수 예정돼 있어 국산 SW업계 동반 성장을 이끌 대책이 요구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진행한 공공 대형 IT 차세대 사업 가운데 국산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이 도입된 사업은 보건복지부가 상반기에 실시한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이 유일하다. DBMS는 차세대 사업을 구성하는 핵심 SW로 분류된다.

올해 최대 공공금융 사업으로 꼽힌 2000억원 규모의 우체국 차세대 금융시스템 구축사업은 외산 DBMS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공공 대형 사업 가운데 하나인 기획재정부의 차세대 예산회계시스템(디브레인) 사업 역시 외산 DBMS를 도입,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1단계 시스템 분석·설계 단계에 있는 공공 대형 사업도 외산 도입을 염두에 둔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정부가 국산 SW 장려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여전히 공공사업에서 국산 SW를 홀대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4월부터 조달청 협상에 의한 계약 제안서 평가 세부 기준이 바뀌면서 '국산제품 활용 기여도' 평가 항목에서 '국산품 사용 배점(2점)'을 신설해 운영했지만 권고 조항이어서 현장 활용도는 낮다”면서 “정부가 국산 SW 활성화라는 의지를 표명했음에도 현장 실무 관행은 바뀌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산 SW 기술이 외국에 비해 뒤처지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했지만 외국 기술 맹신 분위기는 여전하다”면서 “최소한 외산 제품과 동등하게 경쟁할 기회라도 달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주요 공공 시스템에 도입된 일부 국산 SW는 기술력을 증명하고 있다. 지난 상반기의 온라인 개학 시 65만명 이상 동시접속 병목 현상을 해소한 'e-학습터'는 국산 DBMS '티베로'를 도입했다. 현재 서비스를 안정 제공하고 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시스템' 역시 국산 DBMS를 도입, 성공리에 서비스하고 있다. 신속한 기술 지원과 비용 절감을 모두 실현했다.

업계는 새해에도 이어질 공공 대형 차세대와 디지털 뉴딜 관련 공공사업에 국산 SW가 적극 진출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재 공공은 행정안전부가 추진하는 1750억원 규모의 '차세대 지방재정관리시스템(e호조)' 사업이 사업자를 선정, 기술 협상을 앞두고 있다. 차세대 지방세입정보시스템도 주요 SW를 선정하는 2단계 사업이 예정됐다. 디지털 뉴딜 관련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등 다수 신규 사업도 새해에 시작될 예정으로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공 대형 IT 차세대와 디지털 뉴딜 사업에 국산 SW 도입이 활성화되면 구축 과정에서 국내 SW 기업이 수많은 데이터와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 “일시성 고용이 아니라 디지털 기술 전문 인재 양성과 지속 가능한 대규모의 양질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는 공공이 국내 SW 산업의 성장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공공만큼은 국산 SW를 도입해 산업 육성과 양질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도록 정부가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