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원→4500억원, 카카오게임즈 선구안 화제

카카오게임즈 전신인 엔진 시절 남궁훈 엔진대표와 정욱 넵튠 대표가 모바일 캐주얼게임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하고 포즈를 취했다
카카오게임즈 전신인 엔진 시절 남궁훈 엔진대표와 정욱 넵튠 대표가 모바일 캐주얼게임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하고 포즈를 취했다

카카오게임즈 선구안이 화제다. 투자처와 퍼블리싱 계약뿐 아니라 신사업 발굴, 투자를 함께 진행하며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전략투자로 급성장한 넥슨이 보인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카카오게임즈는 2017년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넵튠에 2325억원을 투자해 최근 대주주자리에 올랐다. 넵튠은 한게임 대표를 맡았던 정욱 대표가 이끄는 회사다. '프렌즈 사천성' 등을 개발했다. 주요 수익원은 '리얼카지노' '라인퍼즐탄탄' 등이며 스포츠 베팅 게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자회사 님블뉴런이 출시한 '영원회귀:블랙서바이벌'은 글로벌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디지털 휴먼 '수아' 개발사 온마인드도 넵튠 11개 종속회사 중 하나다.

넵튠은 웹보드뿐 아니라 '보는 게임'에 일찌감치 관심을 두고 e스포츠와 다중채널네트워크(MCN)에 선제 투자했다. 카카오게임즈는 e스포츠, MCN 관련 신규 사업을 위해 2018년 8월과 2019년 5월 290억원을 넵튠에 투자했다. 2019년 12월에는 e스포츠 기업투자 사모펀드에도 투자하며 e스포츠, MCN관련 신규 사업 투자를 확대했다.

남궁훈 대표는 “넵튠은 최근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는 게임 사업은 물론 e스포츠, MCN, 인공지능(AI) 모델 및 버추얼 인플루언서 등 신규 사업으로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고 시장 경쟁력을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게임즈는 넵튠과 단순 게임 퍼블리싱에 머무르지 않고 투자와 신사업 발굴도 함께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크래프톤이다. 양사는 2017년 크래프톤에 50억원씩을 투자해 각자 16만666만주를 취득했다. 크래프톤 '배틀그라운드'가 출시를 앞둔 상태에서 '수혈' 성격이었다. 넵튠은 이 중 8만주를 올해 4월 매각해 464억원을 회수했다. 19배에 이르는 이득이다.

크래프톤이 새해 상장을 목표하는 가운데 현재 증권가는 크래프톤 몸값을 30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와 넵튠이 보유한 지분가치는 4000억원에 이른다. 100억원이 4500억원이 된 셈이다.

카카오게임즈는 넵튠과 크래프톤 외에도 유망회사에 적극 투자하며 외연을 넓혀가고 있다. 올해에만 신사업 분야 및 개발 분야에 총 8회 전략적 투자를 진행했다. 상대적으로 빈약한 자체 개발력을 보완하고 게임을 비롯해 AI, e스포츠, MCN, 블록체인 등 신사업 발굴을 통해 성장 동력을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엑스엘게임즈를 인수하며 하드코어 장르 개발력을 보강했다. 이름값이 쟁쟁한 라이온하트스튜디오, 패스파인더에이트, 오션드라이브스튜디오, 세컨드다이브에 투자해 경쟁력을 확보했다. 모바일 운세 '운칠기삼', 블록체인 게임 '웨이투빗'까지 손을 뻗었다.

업계에서는 넥슨 급성장기 모습이 보인다는 평이 나온다. 넥슨은 위젯, 네오플을 인수해 성장 기반을 만들었다. 이후 넥슨GT, 띵소프트, 넷게임즈 등 유망 개발사를 적극 품으며 거대 게임사로 섰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게임즈는 '카카오 공동체'와 협력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보여줬다”며 “투자·협업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면 3N 못지않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