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디지털 전환 현장을 가다<1> 데스틴파워 "DX로 생산성·품질 비약적 향상"

데스틴파워 내부. [사진= 류태웅 기자.]
데스틴파워 내부. [사진= 류태웅 기자.]

“생산 과정 전반에 디지털 전환(DX)을 접목한 결과, 전력변환장치(PCS) 생산성과 품질이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전라남도 나주에 위치한 데스틴파워 공장에 들어서자 '이 곳이 바로 스마트공장이구나'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PCS 생산업체이지만, 너저분한 배선 등을 찾아볼 수 없었다. 공장 내부는 흰색으로 도색돼 더욱 깔끔하게 느껴졌다. 주요 설비들은 간격을 두고 널찍하게 떨어져 있어 일반 공장과는 확연히 달랐다. 잠깐 둘러보니 직원들도 생각보다 적은 것이 눈에 띄었다. 한창 바쁠 시기인데도, 분주함을 느낄 수 없었다. 데스틴파워가 국내 에너지저장시스템(ESS)용 PCS 1위, 세계 2위인 강소기업인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었다. 특히 세계 각국의 탈탄소 추진에 따른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제품 수요가 늘고 있는 현재 상황과 극명하게 대비됐다.

데스틴파워 공장 내부. [사진= 류태웅 기자.]
데스틴파워 공장 내부. [사진= 류태웅 기자.]

답은 '공장 설비'에서 찾을 수 있었다. 제작 중인 한 수소연료전지시스템에 가까이 다가갔더니, 작업자 한 명이 옆에 달린 액정 모니터를 유심히 보고 있었다. 모니터 화면에는 눈앞에 놓인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설비가 3D로 완벽히 도식화돼 나타나 있었다. '디지털트윈(Digital Twin)' 기술이 적용된 것이다.

디지털트윈이 적용된 모습. [사진= 류태웅 기자]
디지털트윈이 적용된 모습. [사진= 류태웅 기자]

디지털트윈은 말 그대로 컴퓨터 속 가상 세계에 현실과 똑같은 쌍둥이를 만들고, 각종 모의실험을 거쳐 원하는 정보를 얻는 기술이다.

오성진 데스틴파워 대표는 “디지털트윈으로 케이블 하나하나까지 가상 세계에 구현했다”면서 “실물과 완전 동일하다”고 말했다.

이는 곧 작업자가 일일이 제품을 뜯어보고 이상 유무 등을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현장 인원이 적었던 셈이다.

데스틴파워는 대다수 제품에 디지털트윈을 적용했다. 하지만 과정이 쉬웠던 것은 아니다. 개별 부품 공급사들이 디지털트윈에 사용 가능한 이미지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회사 엔지니어들은 완벽한 디지털트윈을 구현하기 위해 개별 부품 하나 하나를 설계해 이미지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를 가상공간에 적용, 디지털트윈으로 고안했다.

오 대표는 “범용으로 쓰이는 부품들의 경우 디지털트윈 모델링 데이터가 있다”면서 “하지만 그렇지 않은 나머지 부품들은 따로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작업자가 데스틴파워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점검하는 모습. 사진 왼쪽 모니터에 해당 제품을 똑같이 구현한 디지털트윈 기술 적용 3D 도면이 나타나있다.[사진= 류태웅 기자.]
작업자가 데스틴파워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점검하는 모습. 사진 왼쪽 모니터에 해당 제품을 똑같이 구현한 디지털트윈 기술 적용 3D 도면이 나타나있다.[사진= 류태웅 기자.]

데스틴파워가 시간과 정성을 들여 디지털트윈을 생산 현장에 적용한 이유는 생산성과 제품 품질을 큰 폭으로 제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상공간에서 각종 모의실험을 진행하면, 수작업으로 할 때보다 원하는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데스틴파워는 추가적으로 4.5㎿급 데스트베드도 구축했다. 모의 장치 등으로 각종 테스트를 진행해 원하는 기능이 정상 동작하는지, 양산에 문제는 없는지 시행착오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오 대표는 “여러 시험 항목들을 테스트베드에서 검증한다”면서 “예를 들어 PCS 핵심 장치인 펩에는 많은 전력 반도체들이 들어가 있는데, 테스트를 거쳐 오류들을 잡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데스틴파워는 디지털트윈 기술을 협력업체에도 공유, 확대 적용한다는 구상이다. 협력업체들이 데스틴파워의 디지털트윈 제품 모델을 실시간 공유 받을 수 있게 되면, 원하는 제품을 적기에 생산·납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협력업체를 아우르는 생산성 혁신과 직결된다.

오 대표는 “제품을 디지털트윈으로 만들기만 하면 협력업체들이 모두 단일 데이터를 가지고 정보교환을 할 수 있다”면서 “모든 오류를 잡아내고, 바로 생산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품질도 비약적으로 향상돼 제품 인도까지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면서 “디지털 전환을 통해 선순환 기반 생산성 혁신을 이룰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전남 나주=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