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고가의 전기차에 대해 보조금 지급을 제한하는 '보조금 상한제'가 도입된다. 9000만원이 넘는 고가의 전기차는 보조금을 아예 받지 못하고, 6000만원이 넘는 차량은 50%만 받을 수 있다. 보급형 전기차 대다수는 보조금 혜택이 가능하지만 테슬라의 일부 트림 등 다수의 수입차 모델은 혜택이 제한된다. 경계선에 놓인 일부 수입차 업체가 보조금 혜택을 받기 위해 차량 가격을 일부 인하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환경부는 새해 전기차 구매 보조금 상한제를 도입한다고 3일 밝혔다. 지난 2013년 전기차가 민간에 보급되기 시작한 이후 처음 도입하는 고가 차량에 대한 보조금 지급 제한 제도다.
6000만원이 넘는 전기차는 국비·지방비 보조금의 50%가 지급되고, 9000만원이 넘는 고가차는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다. 부가세와 옵션을 제외한 트림별 출고가격 기준이다.
또 국비 보조금은 지난해 800만원에서 700만원으로 줄었고, 보통 국비 보조금의 약 절반을 지원하는 지방자치단체 추가 지원금까지 합친 차량당 보조금은 1000만~1200만원이 주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전비, 주행거리 등 자동차 성능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이에 따라 새해 국내 전기차 시장은 보조금을 받는 차와 받지 못하는 차로 양분되는 모양새다.
테슬라는 '모델X' '모델S'뿐만 아니라 올해 국내 출시되는 최신 보급형 '모델Y'는 가격대를 고려할 때 스탠더드를 제외한 롱레인지·퍼포먼스 트림까지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될 확률이 높다.
지난해 1만대 이상 팔리며 국내 판매량 1위에 오른 테슬라 '모델3'의 경우 표준형 트림인 '스탠다드 레인지 플러스'(5479만원)는 보조금 100%, '퍼포먼스'(7469만원) 트림은 절반만 받게 된다.
관심은 모호한 가격대의 '롱레인지(6479만원)' 트림이다. 모델3 중에서 가장 선호도가 높다. 단순히 부가세만 제외하면 보조금 100%를 받게 되지만 환경부가 기준을 적용하면 보조금 지원액수가 달라질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부가세 10%를 제외한 가격이 기준이지만 수입면장에 기재된 가격과 관세·개소세·교육세를 따져봐야 정확한 혜택 여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신차 13종 가운데 현대·기아차의 신차 전기차 등 6종은 100% 보조금 혜택이 예상된다. 현대차 '아이오닉5', 쌍용차 'E100', 기아차 'CV', 한국지엠 '볼트EUV', 폭스바겐 'ID.3', BMW '미니 쿠퍼 SE' 등이 포함된다.
제네시스 JW(프로젝트명)와 'eG80', 벤츠 'EQA'는 절반 보조금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벤츠 'EQS', BMW 'IX3', 아우디 'e트론 스포츠백' 등은 미지수다.
해외 주요국은 이미 수년 전부터 보조금 상한선을 도입해 왔다. 중국은 30만위안(약 5057만원)이 가격 상한선이다. 독일과 프랑스는 각각 6만5000유로(약 8516만원), 6만유로(7861만원) 이하의 차량에만 보조금을 지급한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보조금 상한제는 세계 흐름이긴 하지만 소비자 선택지를 제한할 수 있어 시장 확대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새해 차상위 이하 계층이 구매 시에는 최대 900만원 범위 내에서 국비 보조금의 10%를 추가 지원하고, 전기택시에 대해서는 차종과 관계없이 200만원의 추가 보조금을 지원한다. 또 초소형 전기차의 국고 보조금은 400만원으로 일괄 지급한다. 저가 중국산 버스의 공짜 구매를 막기 위해 최대 1억원이던 국고 보조금은 중형 최대 6000만원, 대형 최대 8000만원으로 제한한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