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가 새해 디지털 손해보험사 예비인가를 신청했다. 연내 제2의 디지털 손보사 설립이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최근 디지털 혁신이 보험업에서도 화두에 오른 가운데 기존 보험사와 디지털 손보사간 2021년 보험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과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작년 12월 29일 금융당국에 디지털 손보사 설립을 위한 예비인가를 신청했다. 카카오페이는 상반기 중 예비인가, 법인 설립, 본허가 등을 거쳐 이르면 하반기 정식 출범 후 영업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페이의 디지털 손보사 설립은 핀테크가 주도한 국내 첫 보험사 설립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작년 말 금융당국에 예비인가 신청을 하고 현재 절차를 진행 중”이라면서 “일상 속 위험으로부터 사용자를 보호하는 인슈어테크 기반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 보험에 대한 인식 개선과 보험 사각지대 해소에 앞장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카카오페이는 국내 1위 손해보험사인 삼성화재와 디지털 손보사 설립을 추진했지만 자동차보험 판매를 두고 양사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단독 설립에 나섰다. 카카오페이는 디지털 손보사를 통해 단·장기보험과 자동차보험 등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위험을 보장하는 보험상품 판매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활용, 이용자가 플랫폼 내에서 기프티콘 등을 구매하는 것처럼 보험상품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간편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디지털 손보사 설립 이후 판매할 구체적인 상품은 현재 내부 논의 단계”라면서 “카카오톡 등 공동체와 연계한 상품을 개발해 시너지를 창출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페이의 보험업 진출이 상당한 위협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미 인터넷전문은행 등에서 활용한 카카오톡이란 플랫폼 활용이 보험업에서도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업 자체가 상당한 전문성과 노하우 등이 집약된 산업으로, 업력을 가지지 않은 카카오페이에는 쉽지 않을 것이고 성장 궤도에 오르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면서 “다만 국민 대부분이 사용하는 플랫폼이란 변수가 있어 상당한 파장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관측했다.
디지털 손보사간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손해보험과 SK텔레콤, 현대자동차 등이 공동 설립한 국내 1호 디지털 손보사 캐롯손해보험이 '퍼마일자동차'를 기반으로 시장을 확대하는 가운데 제2, 제3의 디지털 손보사 설립이 예상된다. 교보생명은 현재 악사손해보험 재인수를 추진하는 등 디지털 손보사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디지털 손보사 설립을 놓고 자체 설립은 어렵다는 판단에 다양한 가능성을 보고 있는 단계”라면서 “악사손보가 시장에 나와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가 디지털 손보사 설립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존 보험사의 디지털 혁신 속도도 빨라지게 됐다. 이미 상당수 보험사가 '디지털 혁신'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하는 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삼성화재는 디지털 본부를, DB손해보험은 디지털 혁신팀을 각각 신설했다. 현대해상은 스타트업과 손잡고 디지털 오픈이노베이션을 활성화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 역량을 내재화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보험시장 패러다임이 디지털쪽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캐롯과 카카오페이 등 신규 시장 진입자의 도전은 기존 보험사와 새로운 경쟁관계를 구축할 것”이라면서 “디지털 손보사의 경우 보험업 본질이 상품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고선 시장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