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테슬라', 이마트·신세계 충전소 4년 만에 뺀다

'테슬라 마케팅' 위해 시설물 무상 제공
최소 관리비용 요구 거절해 재계약 무산
이마트 측 “공용충전시설 전환 검토 중”

전국 이마트·신세계백화점에 운영 중인 테슬라 전용 충전인프라 '데스트네이션(완속충전기)'이 전량 철수된다.

그동안 계약에 따라 테슬라 충전소는 충전용 전기요금과 주차면 임대료 일체를 내지 않고, 수 십개 충전기를 운영해왔다. 그러나 재계약 협상에서 이 같은 조건이 연장되지 않으면서 시설 철수가 확정됐다. 다양한 전기차 보급이 확산되면서 특정 브랜드만 지속적으로 혜택을 줄 수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코리아가 전국 이마트 매장과 신세계백화점에 운영 중인 전용 충전소(데스트네이션 차저) 전량 철수 작업에 들어갔다. 이 시설물은 전국 10여개 이마트 지점에 운영 중인 23개 충전기를 포함해 신세계백화점 등 모두 50여기 규모다.

업계에 따르면 양사 간 재계약 시점에서 이마트 측이 시설물 전기료 등 최소 관리비용을 요구하자, 테슬라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계약 연장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11월 당시 서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주차장에 위치한 테슬라 데스트네이션 차저.
2017년 11월 당시 서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주차장에 위치한 테슬라 데스트네이션 차저.

2016년 말부터 이마트와 신세계가 각각 진행했던 계약 당시 테슬라코리아는 자체 충전시설 운영에 필요한 전기요금, 주차면 임대료 없이 무상으로 제공받았다. 이마트와 신세계는 테슬라 충전인프라 운영비용을 직접 떠안는 대신 테슬라 마케팅 효과를 보기 위해 파격 계약이 성립됐던 것이다.

이에 앞서 2015년부터 이마트에 충전기를 설치·운영하며 전기요금을 자체 해결했던 BMW·차지비(옛 포스코ICT)와도 차별화됐던 계약이다. 2020년 이마트에 충전인프라를 구축한 포르쉐 역시 주차면 임대료와 전기요금을 협력사를 통해 충당하고 있다.

업계는 이마트·신세계가 테슬라에 시설물 등을 무상 제공하며 얻었던 마케팅 효과도 더 이상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이마트처럼 테슬라 충전시설을 무상 제공 중인 다른 유통업체들도 유상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이마트는 테슬라 충전시설이 빠진 자리에 누구나 쓸 수 있는 공용충전시설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 충전소는 이마트, 신세계뿐 아니라 다수의 유통시설에서 공짜로 운영되고 있다”면서 “전기차 시장 초기에는 테슬라를 유치하기 위해 무상으로 시설물을 제공했지만, 이런 대우는 점차 사라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고객 유치를 위해 테슬라를 무상으로 영입했지만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테슬라 마케팅' 효과가 예전 같지 않다는 설명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국내 테슬라 차량(모델S) 1호 고객이다. 지난 2017년 테슬라 국내 첫 매장인 스타필드 하남에 입점 당시 현장을 직접 찾아 테슬라코리아 초대 대표이면서 패션유통업 출신인 니콜라 빌리지와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