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속전속결' 조 단위 투자…최태원 회장 "위기는 성장 기회" 결단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 SK그룹]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 SK그룹]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비축해둔 실탄을 바탕으로 속전속결 투자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위기 때 선제적으로 자금 확보에 주력한 것이 밑바탕이 됐다는 분석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SK가 미국 수소 업체인 플러그 파워에 1조6000억원 투자를 전격 결정한 데는 불과 한 달여 정도밖에 걸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7일 SK는 100% 자회사 플루투스 캐피털, 계열사 SK E&S를 통해 플러그 파워 지분 9.9% 투자를 공시했다.

SK 관계자는 “수소사업추진단장인 추형욱 SK E&S 사장이 플러그 파워 투자를 진두지휘했다”면서 “거버넌스위원회와 이사회 등을 거쳐 투자를 확정했다“고 말했다.

수소사업추진단은 작년 12월 신설됐다. 추 사장이 수소사업추진단장을 맡은 게 한 달 남짓인 것을 감안하면 투자 검토와 결정이 급속히 이뤄진 셈이다. 그는 수소사업추진단이 신설된 직후부터 해외 수소 업체를 대상으로 투자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속전속결 투자 배경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지원과 결단이 꼽힌다.

또 다른 SK 관계자는 “당연히 조 단위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때는 오너인 최 회장 재가가 중요하다”면서 “최 회장이 추 단장으로부터 관련 내용을 보고 받고, 과감하게 투자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SK그룹 행보는 거침없다. 작년 10월 SK하이닉스가 미국 인텔 낸드 사업 부문을 90억달러(약 10조3100억원)에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2016년 삼성전자가 하만 인수에 지출한 80억달러보다 10억달러나 많다. 국내 M&A 역사상 최대 규모다.

SK그룹이 대규모 투자에 나설 수 있던 것은 선제적으로 실탄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SK는 코로나 전후 현금을 대폭 비축하는 전략을 취해왔다. SK하이닉스의 경우, 국내 기업 사상 최대인 1조60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했다. SK바이오팜은 작년 기업공개(IPO)를 통해 9593억원에 이르는 공모 자금을 끌어 모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SK그룹은 작년 반기 기준 현금성 자산만 25조1829억원에 이른다. 업계는 SK그룹이 향후 추가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수소 등 신성장 사업 확대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다른 SK그룹 관계자는 “SK는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하기 전부터 자금 확보에 주력했다”면서 “혹시 모를 비상 상황과 우수 기업들이 헐값에 나올 상황을 가정, 인수 자금 마련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의 '전화위복' 경영 철학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그는 “위기를 위기로 단정 짓지 말고 성장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속 강조했다.

SK 관계자는 “이번에 인수한 미국 플러그 파워는 SK그룹이 추진 중인 수소 생산-유통-공급 등 수소 밸류체인 구축과 사업 연관성이 짙다”면서 “SK그룹 주력 계열사들도 핵심 사업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해외 유망 기업들을 추가 투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