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분리를 앞둔 구본준 ㈜LG 고문의 핵심 계열사인 실리콘웍스가 규모 키우기에 나섰다. 회사는 실리콘카바이드(SiC) 전력반도체와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사업 진출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LG그룹과의 계열분리 이후에도 LG전자 생활가전,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 등 핵심 사업과의 협력 관계가 기대된다.
10일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실리콘웍스는 LG전자 출신 핵심 연구원 주도로 SiC 반도체를 신규 사업으로 점찍고, 설계 연구개발(R&D)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전력반도체는 전자 기기 내에서 전압과 전류를 제어하는 핵심 칩이다. 특히 SiC 반도체는 차세대 전력반도체로 각광받는다. 범용인 실리콘(Si) 소재로 칩을 만들 때보다 10배 높은 전압을 견디고, 고열에도 3배 가까이 강하기 때문이다. 기술 고도화와 발맞춰 극한의 환경을 견뎌야 하는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주목받는다.
독일 인피니언테크놀로지,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 세계적 회사들은 일찌감치 SiC 반도체 선점 경쟁에 들어갔다. 중국, 미국 등 선진국의 SiC 반도체 소재 기술 경쟁도 치열하다.
실리콘웍스의 전력반도체 진출 소식에 업계는 고무적인 분위기다. 그간 국내 SiC 반도체 설계 시장은 중소기업 위주로 생태계가 형성됐다. 그러나 그룹 계열사인 실리콘웍스가 시장에 진출하면서 업계 분위기가 상당히 활발해질 것이라는 평가다. SiC 관련 소재·부품·장비 업체와의 협력 가능성도 열려있다.
실리콘웍스는 IT 제품의 각종 기능을 제어하는 MCU 사업도 구체화한다. 최근 회사는 'MCU실'이라는 조직을 새롭게 꾸렸다. 손보익 실리콘웍스 사장 직속 부서로, 손 사장이 기술 개발과 영업을 직접 챙긴다. 현재 실리콘웍스가 개발한 MCU는 LG전자 생활가전 일부에 탑재된 것으로 파악된다.
실리콘웍스는 반도체 제품군을 늘리면서 종합 반도체 설계회사로 도약을 노린다. 회사는 LG그룹 계열의 유일한 반도체 업체로, 국내 1위·세계 20위 안에 드는 유일한 토종 팹리스다.
디스플레이 화면을 구동하는 DDI 칩을 주력으로, 타이밍 컨트롤러 집적회로(T-CON IC), 실리콘 기반 전력반도체(PMIC) 사업 등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언택트' 붐으로 인한 노트북PC 등 전자기기 수요 급증으로, 창사 이후 처음 연매출 1조원 돌파가 예상된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까지 구동 칩 매출이 전체의 84.2%를 차지할 정도로 DDI 매출 의존도가 높다는 것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실리콘웍스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SiC 칩, MCU 등 차세대 제품군 개발로 매출 구조 안정화를 모색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리콘웍스는 지난 2014년 LG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다. 특히 구본준 ㈜LG 고문이 이끌게 될 LG신설지주, 일명 '구본준 그룹' 계열사로 재편돼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된다.
구 고문의 지휘 아래 실리콘웍스가 어떻게 변모할지 주목된다. LG반도체 대표이사 경력이 있는 구 고문은 여전히 반도체 사업에 상당히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리콘웍스가 계열분리 예정인 5개 계열사 중 핵심으로 분류되는 까닭이다. 또 신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계열분리 이후에도 기존 수요 기업인 LG디스플레이와 LG전자와의 협력 관계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특히 SiC 전력반도체는 차량용 반도체와 연관이 깊은 만큼, LG전자가 미래 사업으로 육성 중인 전장사업 분야(VS사업부)와의 협력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MCU 사업의 경우, LG전자 가전부문에서 실리콘웍스 제품을 다수 채택할 공산이 크다.
LG그룹이 이미 실리콘웍스 반도체 신사업에 힘을 싣는 정황도 포착됐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LG전자 반도체 개발 조직 'SIC센터' 내 TV용 칩 개발 인력을 제외한 다수의 연구원이 실리콘웍스로 자리를 옮겼다.
실리콘웍스 관계자는 신사업 추진에 대해 “새로운 사업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