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유통 산업 규제 불씨가 재점화 됐다. 기존 오프라인 유통 규제는 더욱 강화하고 온라인 유통에 대한 규제도 본격화한다. 집권여당의 고강도 규제 압박에 국내 유통업계가 잔뜩 숨죽이고 있다. ▶본지 12월 9일자 1면 참조
10일 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계류 중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다음 달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여당은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규모 점포에 대한 추가 영업 규제가 필요하다며 새해 들어 다시 규제 고삐를 좼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유통법 개정안은 대형마트에 적용해온 의무휴업을 복합쇼핑몰까지 확대하고 상권영향평가 대상 업종 확대, 점포 등록 허가제 전환 등의 입지 규제 등을 골자로 한다. 관련 규제 법안만 14건에 달한다.
특히 복합쇼핑몰은 고객 체험에 특화된 업태로 하향세에 접어든 오프라인 유통 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법안이 통과되면 스타필드, 롯데몰 등 유통 대기업이 운영하는 복합쇼핑몰은 한 달에 두 번 문을 닫아야 한다. 주말 매출이 평일에 3배를 웃도는 상황에서 주말 영업이 제한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국경제연구원 조사에서 복합몰 월 2회 의무휴업이 적용되면 연간 매출이 4851억원 감소한다는 우려가 나왔다. 입점 매장의 70%가 중소상공인이라는 점에서 규제 형평성 논란도 인다.
입지 제한도 우려가 높다. 대규모 점포의 출점 제한 전통상업보존구역 범위를 1㎞에서 20㎞로 확대하는 법안 역시 거리를 20배 확대할 경우 실제 면적은 400배 늘어나 신규 출점이 사실상 금지되는 과도한 규제라는 반발이 나온다.
정부의 규제 칼날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가리지 않는다. 쿠팡과 롯데온, 배달의민족, 마켓컬리 등 온라인 유통 플랫폼까지 규제 사정권에 들어갔다. 상생법상 사업조정제도를 온라인 플랫폼까지 확대 적용해 상권을 보호하겠다는 방침이다. 신영대 민주당 의원이 추진 중인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법) 개정안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당분간 발의가 미뤄졌지만, e커머스도 규제 사정권에 들었다는 점에서 업계 긴장감이 높다.
개정안에는 온라인 플랫폼 중개업자가 일정 권역에 물류창고를 설치해 판매 사업을 할 경우 해당 권역 동일 업종을 하는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이 사업조정을 신청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자율조정협의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사업 확장에 제한이 불가피하다. 사업 품목과 영업시간 조정을 통해 골목상권 피해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업계는 이번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비대면 일상화와 근거리 소비 확산에 맞춰 추진해온 신사업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한 만큼 보다 합리적인 입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온라인 플랫폼마저 규제에 매몰되면 유통 산업 전반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다. 집객 전략 대신 비대면 강화에 초점을 맞춰 사업 전략을 꾸려 나간 유통사도 직접 타격을 받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대형마트 규제에 따른 지역상권 활성화 효과도 미비한 상황에서 미래 유통산업 핵심인 복합쇼핑몰과 온라인 플랫폼마저 규제에 나선다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라며 “소비자 후생까지 고려한 신중한 입법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