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영향에 직격탄을 맞은 영화관이 게임으로 오랜만에 활력을 되찾았다. 콘솔게임을 대관해서 즐길 수 있는 '아지트엑스' 덕분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영화관 CGV의 프로모션 아지트엑스가 오픈과 동시에 매진됐다. 아지트엑스는 코로나19로 인해 비어있는 영화관을 활용한 CGV 새 상품이다. 상영관을 빌려 콘솔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일산, 고양행신, 소풍, 부천점 네 곳에서만 한정적으로 진행한다.
CGV는 미국에서 플렉스 개념으로 유행하던 행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플렉스는 '부나 귀중품을 과시하다'라는 미국 힙합문화 속어로 힙합문화가 국내에 퍼지면서 '지름' 혹은 '사치' 등으로 의미가 확장됐다.
아지트엑스 이용료는 준비시간 포함 2시간 30분간 빌리는데 오전 10만원, 오후 15만원이다. 연장도 가능하다. 오후는 18시부터 21시까지만 오픈해 한 팀만 이용할 수 있다. 게임 플레이에 필요한 스크린과 사운드 시스템을 빌려줄 뿐 콘솔기기와 게임 타이틀은 이용자가 직접 준비해야 한다.
시간에 비해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과 콘솔을 직접 들고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직 지금만 가능한 '영화관에서 게임하기'란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콘솔 게이머에게 중요한 '대화면' '음압이 느껴지는 사운드 시스템' '편한 좌석' '조용한 공간'이 모두 갖춰져 있다. 최대 21m×12.7m 스크린과 5.1채널 사운드 시스템은 게임의 몰입도를 끌어 올린다.
예약이 가능한 13일과 17일은 오픈과 동시에 매진돼 되팔이 상품이 정상가보다 비싸게 나오기 시작했다. 방탄소년단 콘서트나 주요 기념일 오페라, 뮤지컬에서나 쓰이던 단어 '피케팅(피터지는 티케팅의 준말)'이 게이머 사이에 유입됐다. 터치스크린을 이용한 빠른 예매 등 기존 뮤지컬, 콘서트 팬덤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아지트엑스는 관람객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화관의 새로운 사업 모델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CGV는 작년 코로나19 확산으로 관람객이 급감하자 팝콘 포장 주문, 배달 서비스 도입, 관람료 인상과 상영관 축소 등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성장한 국내 콘솔 게임 저변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최원준 게임평론가는 “영화관같이 대중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여가 문화 시설에서 게임이 플레이되면 게임 몰이해도에 기반을 둔 반게임 정서가 희석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