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자신의 개성과 권위를 표현하기 위해 값 비싼으로 물건들로 치장한다. 대량 생산되지 않는 제품을 구매해 남들과 자신을 구별 짓는다. 옷은 물론, 자동차를 구매할 때도 마찬가지다. 희소성이 가진 브랜드 가치를 구매하는 것이다.
이탈리아 완성차 브랜드 '마세라티'는 소량 생산 체제를 고집하는 업체 중 하나다. 엔트리 모델이 있지만 연간 판매량은 10만대도 되지 않는다. 과거 모터 스포츠 역사의 한 획을 그었던 브랜드인 만큼 성능은 설명이 필요 없다. 상어를 빼다 박은 디자인과 마세라티의 삼지창 엠블럼이 시선을 빨아들인다. 시승 간 승차감도 우수했지만 그것을 웃도는 하차감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시승차는 마세라티 최고급 플래기십 세단 '콰트로포르테 S Q4 그란루소'다. 그 중에서도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에르메네질도 제냐'와 협업을 통해 탄생한 제냐 펠레테스타 에디션이다. 국내에는 20대만 한정 판매되고 있다.
제냐 펠레테스타 에디션의 진가는 실내에서 나온다. 실내 곳곳에 적용된 가죽은 카본보다 더 고급스러움을 자아냈다.
펠레테스타는 잘 짜인 가죽을 뜻하는 이탈리아어다. 고품질의 경량 나파 가죽 스트립을 교차 직조해 만든 소재를 활용한다. 에르메네질도 제냐가 실제 제품에도 사용하는 소재다. 콰트로포르테 1·2열 시트는 물론, 대시보드, 크래시 패드 등에 적용했다. 다크 브라운 색상으로 촉감은 물론 시각적으로도 만족스러웠다.
헤드레스트에는 삼지창 스티치가 위치하며 헤드라이너에는 알칸타라 소재가 적용됐다. 대시보드는 라디카 우드트림, 스티어링휠은 가죽으로 마감했다. 센터 콘솔에는 탑승 시 시선을 끄는 '에르메네질도 제냐 펠레테스타' 한정판 헌정 배지가 자리했다.
외관 색상도 매력적이다. 마세라티는 콰트로포르테 제냐 펠레테스타 에디션에 '메탈릭 블루' 색상을 입혔다. 짙은 색상이라 언뜻 블랙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느낌이 다르다. 밤에는 색상을 알아보기 어렵지만 낮에 진가를 발휘한다. 외관 색상에 맞춘 듯 블루 브레이크 캘리퍼가 적용돼 있다.
웅장한 크기는 도로 위에서 압도적 존재감을 뿜어낸다. 전장은 5265㎜, 축거는 3170㎜에 달해 승합차보다 크다. 실내 공간이 여유롭다. 1열 공간을 충분히 늘리더라도 2열 무릎 공간이 충분히 확보된다. 주먹 3개는 거뜬히 들어간다. 주차 공간을 찾는 데 불편함이 따르지만 '서라운드 뷰 카메라' 기능이 있어 안심이 된다.
2013년 출시된 6세대 콰트로포르테지만 '구형'인 느낌은 없다. 수직형 그릴바 가운데 위치한 큼지막한 삼지창 엠블럼이 주는 브랜드 가치 때문이다.
주행도 만족스러웠다. 시승차로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를 경유해 인천에서 가평까지 왕복했다. 모터 스포츠 DNA가 있는 만큼 성능은 나무랄 게 없다. 차체 중량이 2090㎏에 달하는 거구지만 가속 페달을 밟는 만큼 쏘아져 나갔다. I.C.E 모드로 연비를 올릴 수 있지만 역시 스포츠 모드가 제격이다. 댐퍼의 강도를 스포티하게 바꾸는 서스펜션 버튼을 누르는 건 필수다.
콰트로포르테 S Q4는 3ℓ 트윈터보 V6 엔진을 장착했다. 최고출력은 430마력, 최대토크는 59.2㎏.m다. 정지상태에서 100㎞/h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4.8초에 불과하다. 연비는 7.4㎞/ℓ인데 I.C.E 모드로 막힘 없는 주행 시 9㎞/ℓ대를 유지할 수 있었다.
배기음은 우수하지만 기블리 시승과 비교하면 실내로 유입되는 소리는 작게 느껴졌다. 이중접합 차음유리와 차량 곳곳에 흡·차음재가 더 적용된 듯했다. 다만 차체를 통해 전달되는 진동은 막을 수 없다. 불쾌하다기보다 주행하는 데 있어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교통체증이 있을 땐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기능을 활성화하면 된다. 가·감속이 부드럽게 이뤄졌다. 정차 후 재출발 시에는 가속페달이나 속도 설정 버튼을 조작해야 한다. 부드러운 출발을 위해선 버튼을 누르는 게 좋다. 자동 긴급 제동 시스템, 차선 이탈 방지 어시스턴트 등 안전을 위한 기능도 지원한다.
최신 차량들과 달리 헤드업 디스플레이, 디지털 계기판, 무선 안드로이드 오토·애플 카플레이, 전동 썬루프, 오토홀드 등은 지원하지 않는다. 다른 차들과는 선택 기준이 다르다는 점에서 큰 문제는 아닐 듯하다. 세대 변경 전까지 큰 폭의 변화를 주지 않으려는 마세라티의 고집이 느껴졌다.
2열에선 공조시스템과 열선시트, 전동식 후·측면 선바이저를 조정할 수 있다. USB 포트 1개와 시거잭 1개도 위치한다. 플래그십 세단인 만큼 통풍시트, 엔터테인먼트 컨트롤러, 시트 각도 조절 기능 등의 부재는 아쉬움으로 남았다. 콰트로포르테 S Q4 그란루소 제냐 펠레테스타 에디션 가격은 2억1400만원이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