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운전면허증(모바일 운전면허 확인 서비스) 사업을 위해 임시허가를 받은 5개 업체의 서비스가 제도적 문제로 지연되고 있다. 서비스 지연 원인을 두고 이동통신사와 후발업체, 경찰청의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임시허가를 받은 한국정보인증, 네이버, 카카오, 아이콘루프, 신한카드 가운데 일부 업체가 개발을 마치고도 아직 서비스를 출시하지 못했다.
모바일 운전면허 확인서비스는 2년 전 정보통신기술(ICT) 규제샌드박스를 통과해 임시허가가 난 서비스다. 기존 플라스틱 카드 형태의 운전면허증을 모바일 인증 플랫폼에 올릴 수 있게 하는 등 이용자 편의를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5개사에 앞서 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지난 2019년 9월 임시허가를 획득했다. 이통 3사는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경찰청과 도로교통공단이 보유한 운전면허 서버와 연동하기 위한 시스템을 공동 구축, 지난해 7월 오픈했다.
문제는 신규 사업자가 참여하면서 불거졌다. 신규사가 서비스를 경찰청 운전면허 서버와 연동하려면 기존 시스템(이통 3사 시스템)을 이용하라는 임시허가 조건이 있다. 경찰청은 시스템 과부하, 오용 가능성 등을 우려해 후발업체에 이통 3사가 앞서 구축해 놓은 시스템을 '통합검증시스템'으로 규정하고 이를 이용할 것을 명시했다.
경찰청 교통기획과 운전면허계 관계자는 “운전면허 소지자 4000만명이 포함된 시스템인 만큼 장애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통 3사가 구축한 시스템을 쓰라는 것”이라면서 “모바일 운전면허증 수요가 민간에서 제기된 만큼 경찰청에서 별도 예산을 투입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후발업체는 이통 3사의 통합검증시스템을 써야 한다는 규정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업체 관계자는 “이통 3사가 시스템 이용료로 수억원을 요구하는 상황”이라면서 “해당 비용에 명확한 근거도 없으며, 이 규정대로라면 후발업체의 시장 진입은 어려운 구조”라고 하소연했다.
이 관계자는 “통합검증시스템을 운영하는 이통 3사 역시 시장 경쟁자”라면서 “신규 업체 5개사의 서비스 출시가 지연되는 동안 이통 3사 서비스 가입자는 계속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이통 3사 시스템을 이용할 경우 가입자 등 자사 서비스 현황이 경쟁사에 그대로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면서 “별도 시스템 구축 방안은 경찰청에서 선을 그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용자 편의 제고를 목표로 모바일 운전면허 확인 서비스 임시허가를 받았는데 통합검증서비스 갈등으로 서비스 출시가 미뤄지고 있다”면서 “합의가 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통 3사도 자체 자원으로 구축한 시스템을 다른 업체에 개방하는 것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비용 청구는 시스템 운영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경찰청 등 정부가 공익을 위해 시스템을 열어 주라고 요청해 온 것”이라면서 “이통 3사가 모바일 운전면허증 허브가 돼 생태계를 확장하라는 것이지 독과점 등 이익 편취와는 무관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현재로선 신규 업체 5개사가 임시허가 조건에 따라 이통 3사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통합검증시스템 이용료 등 견적 산출에 관한 최종 합의가 이뤄져야 후발 업체들의 신규 모바일 운전면허증 서비스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오다인기자 ohda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