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첨단 IT가 한데 모인 축제에서 빠른 기술 발전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함께 나왔다. 생활 속에 녹아든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기술 개발에 몰두한 채 윤리와 법규, 사회적 인식 등 허점을 놓친다는 지적이다. 개인정보를 보호할 제도와 윤리의식 고취 등의 논의가 필요하다.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1'에서 소프트웨어(SW), 헬스케어, 보안 등 전문가들은 기술 발전만큼 각국의 제도와 윤리의식이 뒤따르는 속도는 늦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정보 개방·공유가 불가피한 현대사회에서 기술 만능주의를 경계하고 제도개선과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조연설자로 나선 브래드 스미스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법률책임자(CLO)는 기술은 인류를 위한 '도구'이자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그는 '기술에는 양심이 없다'는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며 '기술 만능주의'에 일침을 가했다.
스미스 CLO는 “안면인식 기술은 실종된 아이를 찾아낼 수 있고, 노트북 잠금도 해제하는 편리한 기술이지만 개인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면서 “머신러닝은 편견과 차별을 학습하기도 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인류가 기술이라는 무기를 통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AI가 촉발한 빅데이터 환경에서 정보보호 중요성은 더 커진다. 개인은 물론 기업, 정부까지 타겟이 돼 무자비한 정보유출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12월 발생한 최악의 정보유출 사건 '솔라윈즈 사건'이 대표적이다.
기술이 무기가 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공동의 노력과 개발자 양심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스미스 CLO는 “미래를 보호하는 유일한 방법은 모두가 현재 위협을 이해하는 것”이라면서 “존재하는 다양한 위협 정보가 벽 없이 공유되는 사회를 만들어 잠재적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장 민감한 영역인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우려가 제기됐다. 코로나19 사태로 개인은 물론 환자도 의료 접근성이 떨어진다. 이 가운데 환자 정보를 활용한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가 활발히 공유되고 있지만 여기에도 허점은 존재한다. 윤리가 더 강조돼야 할 의료 영역에서 AI 등을 활용한 무자비한 개발과 의료정보 보호 이슈다.
이번 CES에서 진행된 '안전과 건강 사이의 절충'이라는 전문가 온라인 대담에서 비대면 시대 의료 서비스 변화는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사생활 보호와 같은 환자 안전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로빈 라스킨 LIDT 창립자는 “올해는 (코로나19 등) 새로운 시대에 맞춘 정보보호, 윤리, 보안 등 필요성이 더 커질 것”이라면서 “전 세계적으로 바이러스나 환자 추적, 환자 치료 등에 데이터 공유가 중요한데, 이는 사전에 명백한 의료 프라이버시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베티나 프로퍼트턴 휴메트릭스 최고경영자(CEO)는 “비대면 환경에 (의사-환자)관계가 적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데이터에 접근해 진단·치료가 이뤄질 수 있다”면서 “여기서 환자 정보가 중요한데 의사, 정부와 공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기술 개발 속도가 제도, 윤리의식 정립보다 빠른 상황에서 강력한 보호정책이 요구된다. 금융권 선례를 통해 정보보호 시스템과 강화된 미국의료정보보호법(HIPPA)이 사례로 제시됐다.
랜디 켈로그 옴론 최고경영자(CEO)는 “은행과 같은 시스템은 데이터를 관리하는데 도움을 주는데, 헬스케어도 비슷한 방향으로 간다”면서 “필요에 따라 정보를 공유하고 엄격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산 테테 국방부 합동 인공지능센터 박사는 “지난해부터 AI 윤리적용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HIPPA와 같은 책임과 공평, 통제 가능한 범주에서 데이터 공유 단계별 추적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