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1년 만에 창문형에어컨을 출시한다. 중소·중견 기업 위주 창문형에어컨 시장에 삼성이 가세하며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설치 수요가 높아졌고 '집콕족'도 늘어나 올해 창문형에어컨 시장은 큰 폭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5월 출시를 목표로 창문형에어컨 사업 계획을 확정했다. 정확한 출시 일자를 정한 것은 아니다. 본격 무더위가 시작되기 직전인 초여름께 신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출고가는 70만~90만원 선으로 책정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주요 업체인 파세코, 캐리어에어컨 등 창문형에어컨 가격인 60만~70만원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다. 에너지소비효율도 1, 2등급 고효율 제품으로 준비하고 있다.
생산은 중국 업체와 협력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정했다. 삼성전자 에어컨 독자 기술인 '무풍냉방' 방식을 적용하고, 소음 문제 등을 해소해 기존 제품과 차별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가 창문형에어컨을 선보인 건 1980년 이후 21년 만이다. 당시 수년간 창문형에어컨을 출시하다가 스탠드와 벽걸이형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단종했다.
삼성이 다시 이 시장에 진출하는 건 창문형에어컨의 폭발적 성장세 때문이다. 업계에선 올해 창문형에어컨 시장을 30만대 이상으로 관측한다. 업계는 국내 전체 에어컨 시장 규모를 250만대로 추산한다. 스탠드와 벽걸이 에어컨 성장은 둔화하는데, 창문형에어컨은 크게 성장하고 있다.
창문형에어컨은 실외기를 두거나 벽에 구멍을 뚫지 않아도 된다. 오랜 기간 창문형에어컨 고유 단점으로 꼽혀온 소음과 진동 문제도 해결했다. 설치 편의성과 제품 품질 등으로 빠르게 입소문이 퍼졌다. 소비자가 구입 후 집에서 스스로 설치, 관리할 수 있어 코로나19 상황에 더 선호도가 더 높아졌다.
삼성의 가세로 중소·중견 업계는 다소 긴장한 분위기다. 현재 창문형에어컨 시장 1위는 점유율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파세코다. 후발업체인 귀뚜라미, 캐리어, 신일전자, 한일 등도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이들끼리 경쟁이 워낙 치열해 특허 분쟁이 발생하기도 했다.
한 가전 중소업체 임원은 “삼성은 가전 사후관리(AS)와 기술력 등으로 소비자 신뢰도가 매우 높아 중소업계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신제품 출시 관련해서는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