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기차 민간 보급을 시작한 지 8년 만에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전면 개편했다.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테슬라 '모델3'(롱레인지 트림)는 보조금(서울 기준)이 1250만원에서 513만원으로 줄었고, 정부 보조금으로 공짜 구매가 가능하던 중국산 전기버스는 최소 1억원의 자기부담금을 내야 한다.
그동안 전기차 보급 확대에 집중된 정부 정책이 국내 전기차 산업화로 무게중심이 옮겨지는 모양새다. <본지 2020년 12월 21일자 3면·2021년 1월 4일자 2면 참조>
기획재정부와 환경부·산업통상자원부는 21일 '2021년 전기차 보조금 체계'를 전면 개편해 발표했다. 올해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보급 대수는 각각 12만1000대(이륜차 2만대 포함), 1만5000만대 등 모두 13만6000대다. 전년 대비 전기차는 21.4%, 수소차는 49.2% 각각 증가한 규모다.
정부는 이번 개편의 핵심을 무공해차(전동화 차량) 주행 성능 향상과 대기환경 개선 효과를 높이는 데 방점을 뒀다. 관련 업계는 국내 전기차 산업 경쟁력을 한층 높이는 환경을 조성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개편의 가장 큰 이슈는 고가 차량에 대해 보조금을 절반 또는 아예 지원하지 않은 '보조금 상한제'와 전기버스 구매 시 최소 1억원을 부담해야 하는 '최소 자기부담금' 첫 도입이다.
올해부터 9000만원이 넘는 고가 전기차는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 6000만~9000만원 차량은 50%를 기준으로 전비와 운행거리 등 효율을 감안해 차량별 40~60% 선에서 차등 적용한다.
이에 따라 국내 전기차 판매량 1위 테슬라가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승용 전기차 시장 점유율 24%(7039대)로 압도적 판매량 1위에 오른 테슬라 모델3 롱레인지(6479만원)의 경우 현재 가격 기준으로 종전엔 국고·지방자치단체 보조금(서울시 기준)을 합쳐 1250만원을 받았지만 올해는 약 700만원 줄어든 513만원만 지급한다.
반면 현대차, 기아, 한국지엠 등의 신차 전기차 대부분은 일부 상위 트림을 제외하고 최대 1200만원 수준의 전액 보조금을 받는다.
또 중국산 전기버스에 유리하게 적용되던 보조금 체계도 바꿨다. 개편에 따라 전기버스(대형버스 기준)는 최소 1억원의 자기부담금이 의무 적용된다. 국산 전기버스 가격은 3억원대 후반, 중국산은 3억원 안팎이다. 자기부담금이 적용되더라도 국산과 중국산 가격 차가 있지만 그 차이가 크게 줄어 중국산 저가 공세로 인한 시장 교란은 다소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트럭 등 상용차 보급이 늘어난 것도 특징이다. 전기트럭은 지난해 1만3000대에서 두 배 늘어난 2만5000대를 보급한다. 여기에 전기택시에 한해 200만원의 추가 보조금을 지원하고, 이용이 많은 리스·렌터카 등은 우선 보급한다. 일반 승용차 대비 긴 주행거리 탓에 환경 개선 효과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그 밖에 고효율·고성능 차량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보조금 산정 시 전비 비중을 50%에서 60%로 늘렸으며, '저공해차 보급목표제'를 도입해 완성차 업체 대상으로 보급을 촉진하기 위해 차량당 최대 30만원의 추가 인센티브도 지원한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개편은 차량 성능 향상과 가격 인하 유도를 위해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려는 것”이라면서 “전기버스 최소 자기부담금 규정 등 새 정책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표】 2021년도 보조금 지원 대상 차량 및 국고 보조금 현황(자료 환경부)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