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와 청소, 요리 등 모든 집안일을 로봇이 해주고 심지어 노인과 아이까지 돌봐준다. 공상과학(SF)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이 모습은 이제 현실로 성큼 다가왔다. 자동화 가전 제품 보급 증가와 인건비 상승, 안전 문제 증가로 가정용 로봇 수요가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요까지 촉발했다. 삶의 중심을 가정으로 이동시켰고 산업현장을 중심으로 보급됐던 로봇이 가정으로 진출하는 기폭제가 됐다.
이달 14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세계 최대 소비자가전전시회 'CES 2021'에서도 이런 흐름이 그대로 반영됐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주요 정보기술(IT)·가전업체는 진보한 인공지능(AI)을 적용한 가정용 로봇을 대거 공개했다. 로봇은 우리에게 어떤 미래를 보여줄 수 있을까.
◇한 차원 다른 가정용 로봇 기술을 뽐낸 '삼성전자'
가정에서 인간의 가장 큰 노동력을 차지하는 가사는 가전제품 자동화를 통해 노동력과 시간 낭비가 크게 단축됐다. 로봇은 그 단축된 노동력과 시간마저 대신해 인간을 가사노동에서 자유롭게 해줄 것이다. 삼성전자는 해법으로 현재 연구 중인 새로운 로봇을 CES 2021에서 최초로 선보였다. '삼성봇™ 핸디'(Samsung Bot™ Handy)는 AI를 통해 스스로 물체 위치나 형태 등을 인식해 잡거나 옮길 수 있으며 식사 전 테이블 세팅과 식사 후 식기 정리 등 다양한 집안일을 돕는 미래 가정용 서비스 로봇이다.
로봇은 영화 아이언맨에서 토니 스타크가 새로운 발명품을 개발할 때 보조를 해주던 로봇과 흡사한 형태를 지녔다. 주로 산업 현장에서 사용되던 로봇 팔이 가정으로 옮겨진 모습이다. 로봇은 AI 딥러닝을 통해 무궁무진한 명령을 수행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추게 된다. 가사뿐만 아니라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환자가 있는 가정에서도 손과 발을 대신해 줄 가능성이 있는 로봇으로 삼성전자가 말하는 '차원이 다르다'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다양한 클로이 제품군으로 시장 선도 'LG전자'
LG전자는 '클로이'라는 로봇 제품군을 CES에서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CES 2021에서는 다양한 장소에서 사람 대신 임무를 수행하는 로봇을 선보였다.
'LG 클로이 서브봇'은 자율 주행, 장애물 회피가 가능한 로봇으로 식당에서 음식 서빙, 호텔에서 어메니티 운반, 병원에서 혈액 검체나 처방약, 수액 등을 운반한다.
'LG 클로이 셰프봇'은 6축 다관절 협동 로봇으로 사람보다 더 정확하고 정교한 움직임을 통해 음식의 맛과 양을 정량화한다. 또 'LG 클로이 가이드봇'은 화면 터치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공항, 백화점, 전시장 등에서 고객들이 원하는 정보를 빠르게 제공할 수 있으며 시설물 및 목적지 안내 시 동반 이동하며 안내도 가능하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많은 주목을 받은 로봇은 바로 'LG 클로이 살균봇'이다. 약 160㎝ 로봇은 몸체 좌우에 UV-C 램프를 장착했다. UV-C는 100~280나노미터(nm) 파장의 자외선으로 각종 세균을 제거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데 사용자에게 해로울 수 있는 자외선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체 동작 감지센서를 탑재했고 모바일 앱으로 조작도 가능하다. 호텔, 병원, 학교, 사회복지시설 등 분리되고 독립된 공간에서 사람 대신 방역 작업을 할 수 있다.
◇교육과 반려…사람 빈자리를 메우다
한컴그룹은 AI, 드론, 로봇 등 미래 먹거리 사업에 공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한컴그룹 계열사 한컴로보틱스가 개발 중인 '토키2'는 AI 기술을 적용해 음성인식, 사물인지 및 인물식별까지 가능하고 음성합성 기술을 적용해 부모 목소리로 책을 읽어줄 수 있는 AI 로봇이다. 이 로봇은 로봇과 사람 간 상호 교감 기능을 바탕으로 한 비대면 시대 교육 로봇으로 큰 이목을 끌었다.
과거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반려로봇도 AI를 품고 한층 더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케어클레버는 노인과 대화가 가능하고 지인과 영상통화도 할 수 있는 반려 로봇 '큐티(Cutii)'를 선보였다.
한국 AI 로봇 전문기업 매크로액트는 자율로봇 '마이캣'(maicat)을 공개했다. 마이캣은 안면·음성 인식 등을 포함한 상대의 감정을 추정해 자신 주변 인물에 대한 호감도를 누적, 시시각각 다른 반응을 보여준다. 일반적인 로봇 프로그래밍이 아닌 강화학습에 기반한 훈련된 자율 제어로 동작하는 것이 특징이다.
◇AI 기술발전으로 매력을 품은 가정용 로봇
CES 2021에서 선보인 로봇으로 AI 기술발전을 통한 인지, 상호 작용 및 조작과 관련된 기술 혁신이 가정용 로봇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층 발전한 AI를 통해 더욱 효율적으로 인간 노동력을 대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외로움 등 감성적인 부분까지 케어가 가능해졌다. 또 코로나로 인해 고립된 인간관계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는 등 가정에서 수행할 수 있는 로봇 역할 범위가 크게 확장되고 있다.
가정용 로봇 시장 역시 크게 성장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국제로봇협회 시장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2025년까지 가정용 로봇시장은 연평균 22.40%씩 성장할 것이며 2024년에 이르러서는 97억달러(약 10조7000억원) 시장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현재까지 주력으로 판매되고 있는 로봇청소기 등 혁신 이전 제품에 대한 내용으로 CES 2021에서 선보인 신제품이 상용화돼 판매되는 것은 포함되지 않았다. 더욱 실용적인 혁신제품이 등장하면 시장 수요가 폭발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국내 대기업도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공격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1년까지 AI와 5세대(5G) 이동통신, 바이오, 반도체 등 4대 미래 사업에 총 180조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한다. LG전자는 로봇을 미래 먹거리 사업 한 축으로 삼아 CES 2018에서 AI 기반 클로이 브랜드를 론칭했으며, 제조용 로봇업체 '로보스타' 경영권을 인수했다. 로봇사업센터와 로봇사업전략 담당을 두고 다양한 로봇 제품 개발도 진행 중이다.
가정에 AI와 IoT가 도입된 '스마트 홈'이라는 용어가 이제 어색하지 않다. 여기에 AI 기술 정수인 로봇이 도입되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다. 또 코로나블루 등 인간적인 외로움까지 로봇 수요 증가에 불을 붙이고 있다. 세계 기업이 가정용 로봇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이유다.
이호 넥스트데일리 기자 dlghcap@next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