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해 35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반도체 투자에 시동을 걸었다. 삼성전자는 최근 중국 낸드플래시 및 국내 D램 공장 설비 투자에 본격 착수했다. 또 낸드와 D램뿐만 아니라 파운드리까지 대규모 투자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삼성전자의 대규모 투자로 반도체 관련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등 후방산업계 활성화가 기대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메모리에 24조원, 파운드리에 11조원 등 총 35조원에 이르는 반도체 투자를 단행할 예정이다. 이 같은 반도체 설비 투자는 지난해(29조원)보다 20%나 늘어난 것이다. 특히 올해 투자는 중국 시안 2공장과 평택 2공장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최근 장비 발주를 시작했다. 지난 21일 원익IPS에 1160억원 규모의 반도체 장비 발주를 냈으며, 이보다 앞선 18일에는 테스에 276억원 규모의 발주를 냈다. 오는 6월과 7월 사이에 납품되는 이들 장비는 모두 중국 시안 2공장에 설치돼 128단 6세대 V낸드 양산에 활용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D램 설비 투자도 시작했다. 지난 15일 디아이와 345억원 규모의 DDR5용 반도체 검사장비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DDR5는 차세대 D램 메모리 규격으로,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양산을 앞두고 장비 구매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 발주는 올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투자가 본격화된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낸드와 D램은 삼성 반도체 사업의 핵심 품목인 데다 회사는 올해 반도체 시황을 긍정적으로 보고 상반기 투자를 집중할 방침을 세운 바 있기 때문이다. <본지 2020년 11월 19일 1면 참조>
특히 중국 시안 2공장과 평택 2공장은 아직 설비가 채워지지 않은, 즉 유휴 공간이 많아 올해 이 두 곳의 설비 투자에 관심이 집중됐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체 생산 규모(CAPA) 대비 50% 설비가 구축된 시안 2공장을 올해 안에 100% 채운다. 또 평택 2공장에는 D램, 낸드플래시, 파운드리를 고루 투자할 계획이다.
투자 규모는 시안 2공장이 웨이퍼 투입량 기준 5만5000장(55K)이다. 평택 2공장에는 △D램 3만~6만장(30~60K) △낸드 1만8000~3만장(18~30K) △파운드리 2만장(20K) 안팎의 설비가 채워질 예정인 것으로 파악됐다.
반도체 시황 변화에 따라 삼성의 투자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비대면 경제 활성화와 스마트폰 및 자동차 산업 회복으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이어서 올해 삼성의 설비 투자 증가가 당연시됐다. 올해 총 투자 규모가 지난해보다 20% 늘어난 35조원으로 추산되는 배경이다.
실제 삼성의 적극적인 투자 움직임으로 관련 소부장을 공급하는 회사들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글로벌 장비 업체들은 올해 호실적을 기대하며 한국에서 역대 최대 매출을 거둔다는 계획이다. 국내 소부장 업체들도 고무된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이 반도체 초호황 사이클에 대비해 초격차를 유지할 방안을 강구하라는 지시를 임직원에게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장비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에서 상당한 규모의 투자가 이뤄져 올해 성장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관심을 끌고 있는 미국 오스틴의 파운드리 공장 증설 계획은 올해 잡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빠르면 올 하반기 착공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기반 공사 정도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공장은 통상 터를 고른 후 건물을 짓고, 건물 내부에 클린룸과 장비를 설치하는 단계를 거친다. 건설부터 장비 입고까지 2~3년이 걸려 본격적인 오스틴 공장 증설을 위한 설비 투자는 해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