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중립성 가이드에 쓴소리 쏟아져···"차별적 제로레이팅 간과 말아야"

27일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망중립성과 새로운 인터넷 10년 토론회가 열렸다.
27일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망중립성과 새로운 인터넷 10년 토론회가 열렸다.

전문가들이 지난 11일 시행된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특수서비스를 허용하는 게 골자인 만큼 명칭부터 문제라는 지적과 함께 망중립성 침해 우려, 차별적 제로레이팅에 대한 규제 필요성 등을 제기했다.

27일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망중립성과 새로운 인터넷 10년' 토론회에서 학계, 시민사회, 업계 전문가가 망중립성 가이드라인 개선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망중립성은 통신사업자(ISP)가 인터넷 트래픽을 내용·유형·제공사업자 등에 관계없이 동등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5세대(5G) 이동통신 등 통신 기술이 발달하면서 세계적으로 망중립성 예외 사례인 특수서비스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국내에서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 말 망중립성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은 별도 트래픽 관리기술(네트워크 슬라이싱 등)을 활용해 특정한 용도에 활용하는 특수서비스를 정의했다.

특수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일반 인터넷 서비스의 품질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며 '적정 수준'은 기술 수준 발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명시했다. 또 특수서비스를 망중립성 원칙 회피 목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금지했다.

김민호 성균관대 교수는 특수서비스가 자율주행차나 원격의료서비스 등 특수 분야에 국한되더라도 결국 제조사나 해당 운용체계(OS)에 종속돼 망중립성 침해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고시 이상의 제정형식을 갖추고 규제와 법제심사 등을 거치도록 가이드라인을 법규명령형식으로 제정할 것을 촉구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기부금 대학 입학'을 허용하면서 정원 외 선발이기 때문에 '입학시험 전형'으로 선발하는 원래 정원은 '적정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주장하는 격”이라며 “여기에 기부금 입학이 시험 전형 기본 원칙을 회피할 목적으로 활용돼서는 안 된다는 조건을 단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이런 가이드라인의 명칭은 입학시험 전형선발 가이드라인이 아니라 기부금입학 가이드라인으로 해야 한다”면서 “지금 시행 중인 가이드라인도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이 아니라 '특수서비스 가이드라인'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27일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망중립성과 새로운 인터넷 10년 토론회에서 김민호 성균관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27일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망중립성과 새로운 인터넷 10년 토론회에서 김민호 성균관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적정 수준'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유럽전자통신규제기구(BEREC)는 특수서비스가 일반 인터넷 서비스 품질을 저하시켜선 안 된다고 규정했다. '적정 수준' 유지와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는 “비슷한 문구일 수 있지만 유럽이 더 강한 규율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면서 “정부가 특수 서비스 개발과 확대를 도모할 경우 '적정 수준'의 기준이 저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응준 법무법인 유미 변호사는 “종래 일반 서비스보다 품질이 저하되지 않는다는 식의 적극적인 표현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제로레이팅 규제 강화 주장도 나왔다. 제로레이팅은 통신사나 콘텐츠 제공사(CP)가 이용자의 데이터 이용료를 면제·할인해주는 제도다. 통신사 계열 CP에 대한 차별적 제로레이팅 지원이 망중립성 위반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부소장은 “무분별한 제로레이팅 허용은 자본력이 부족한 벤처·스타트업에 진입장벽을 높이고 인터넷 혁신을 방해한다”면서 “현재 허용된 제로레이팅에 대해서 망중립성의 기본 가치를 담을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달라”고 요청했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박경신 오픈넷 이사(고려대 교수)는 “우리나라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은 제로레이팅에 대해서 침묵하고 있으며 해석례도 없다”며 “유럽처럼 불차별원칙을 엄격히 적용하는 방식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남철 과기정통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적정 수준'은 통신사가 약관에 제공하는 속도로 유럽 '속도 저하'보다 더 강한 개념”이라며 “3월까지 해설서를 만들어서 관련 내용을 담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제로레이팅은 다양한 형태로 제공되는데 통신사가 자사 계열 콘텐츠를 경쟁사와 차별하는 것은 전기통신사업법으로 규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차별적 제로레이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27일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망중립성과 새로운 인터넷 10년 토론회에서 김남철 과기정통부 과장이 발언하고 있다.
27일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망중립성과 새로운 인터넷 10년 토론회에서 김남철 과기정통부 과장이 발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