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10나노급 4세대 D램'(이하 1a D램)을 양산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보다 빠른 업계 최초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업계 최고 단수인 176단 낸드플래시도 가장 먼저 출시한 바 있다. D램 시장 3위, 낸드플래시 5위인 마이크론의 한국 메모리 추격이 심상치 않다.
마이크론은 26일(현지시간) 1a D램 출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대만 팹에서 양산하고 있으며, DD4 규격 PC용 D램으로 제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콧 디보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부사장은 “기존 10나노급 3세대(1z) 제품보다 집적도가 40% 개선됐으며, 전력 효율성은 15% 향상됐다”고 말했다.
1a D램 출하는 세계 D램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서 마이크론이 처음이다. 1a D램은 10나노미터(㎚)급 공정으로 생산되는 4세대 D램을 뜻한다. D램 제조사들은 1세대 제품인 1x 출하 이후 회로 선폭을 줄일 때마다 1y, 1z, 1a 등으로 이름을 붙이며 차세대 제품 개발을 이어 가고 있다. 1a 제품은 13~14㎚ 공정에서 제작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관심은 마이크론이 D램 업계 1위 삼성전자, 2위 SK하이닉스보다 앞서 1a D램을 상용화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a D램 양산 시점은 올 하반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극자외선(EUV) 공정을 1a D램에 적용하기 위해 관련 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EUV를 활용하지 않고 기존 불화아르곤(ArF) 공정으로 이번 1a D램을 양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EUV는 ArF보다 회로를 균일하게 구현할 수 있고, 공정 수를 줄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대당 1500억원에 육박하는 EUV 노광 장비로 차세대 D램을 양산하려는 이유다. 생산성과 경제성이 우수하다는 판단에서다.
반도체 사업은 소자 자체 성능뿐만 아니라 양산이 매우 중요하다. 한정된 웨이퍼에서 누가 많이 양질의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느냐에 따라 사업 경쟁력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마이크론 1a D램 수율과 생산능력 등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EUV를 활용한 1a D램을 양산하기 이전이지만 최소한 차세대 메모리 개발에서는 마이크론의 속도가 빨라 보인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11월 업계 최초로 176단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출시했다. 낸드플래시는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공간, 즉 용량 확대가 곧 기술력이다. 낸드플래시는 단수가 높을수록 저장 용량이 늘어난다. 마이크론의 176단 낸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28단보다 적층이 더 많았다. SK하이닉스는 마이크론 발표 후인 12월 176단 낸드 양산을 발표했다. 마이크론은 두 개의 88단 낸드플래시를 먼저 제작한 뒤 이들을 이어 붙여서 176단 칩을 만드는 '더블스택' 공정을 적용, 고적층 낸드플래시를 완성했다.
마이크론은 EUV 공정과 같은 첨단 기술을 빠르게 도입하지 않았지만 경쟁사인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보다 먼저 차세대 제품을 출시하며 시장을 선점하려는 모습이 엿보인다. 경쟁사들이 대규모 투자로 첨단 공정을 준비하기 전에 빠르게 움직여서 주도권을 거머쥐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