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의 제판분리(제조·판매 분리) 시도가 암초를 만났다. 노사가 판매 자회사 설립 관련 고용안정 등 안건을 놓고 3주간 협상을 진행했지만,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한화생명은 채널을 열고 노조와 소통할 의사를 밝혔지만, 노조는 29일부터 장기간 총파업 의사를 선언하면서 갈등이 재점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 노사는 이달 5일부터 26일까지 3주간 제판분리를 위한 판매 자회사 설립 관련 논의를 원점에서 재논의하기로 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한화생명 노조는 27일, 28일 양일간 온라인 결의대회를 하고, 29일부터 내달 22일까지 한 달여간 총파업에 나설 계획이다.
한화생명 노조는 협상 결렬에 대해 “(3주간 협의를 했지만)회사는 맹목적인 확신으로 보이는 주장들만 반복했을 뿐 노동조합을 합리적으로 설득시키지 못했다”면서 “일부 사안을 논의하겠다는 입장 외에 구체적 확약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노조가 밝힌 쟁점은 단체협상 준수와 고용안정 등이다. 노조는 판매 자회사 설립 이후에도 단협에 근거 '자회사로 안 갈 권리' 보장과 5년 이상 고용안정협약, 자회사 합병 또는 매각 시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을 회사 측에 요구했다.
제판분리는 보험사 상품의 제조와 판매를 분리하는 것을 말한다. 제조는 원수사인 보험사가, 판매는 전속 설계사 조직을 판매 자회사 형태인 GA가 전담한다.
앞서 한화생명은 지난해 12월 임시 이사회에서 판매 자회사 설립 추진을 의결하고, 4월 물적분할 방식으로 100% 자회사인 '한화생명 금융서비스(가칭)'을 출범하기로 했다. 물적분할 방식인 만큼 약 540여개의 영업기관, 1400여명 임직원, FP만 2만명이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이 그대로 이동하는 것이 골자다.
한화생명은 판매 자회사 설립으로 규모 결제 시현과 수익 안정화로 기업가치 제고와 지속 성장 기반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여승주 한화생명 사장도 작년 12월 말 사내방송에서 “새롭게 설립되는 판매 자회사는 기존 GA와 동일하게 손보사 상품까지 다양하게 판매할 수 있어 전속채널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면서 성장 가능성 등을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노조는 이런 회사 방침에 판매 자회사 설립 계획에 대해 구체적이지 않으면서 사실상 구조조정에 가깝다면서 반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회사는 판매 자회사 설립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보험영업 환경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영업 선진화의 일환이며, 불가피하지만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는 뜻을 명확히 했다. 다만 최근 협상에서 논의할 내용에 대해선 다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고 입장을 전했다.
한화생명은 “3주간 협상에서 수차례 고용보장과 근로조건 완전 승계 등 고용안정을 약속했지만, 노조의 추가적인 조건 제시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면서 “다만, 협의기간은 종료됐지만 노조와 소통을 위해 대화채널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화생명은 29일부터 예정된 총파업에 대비해 고객 불편과 설계사 영업활동 지원 등을 위한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한화생명은 “회사는 노조가 단체행동에 돌입한다 하더라도 고객 불편 최소화, FP들이 원활한 영업활동이 가능하도록 지원 마련에 나설 것”이라면서 “본사와 현장에 헬프데스크와 업무지원 데스크를 설치하는 등 지속적으로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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