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3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전과 관련해 정세균 국무총리가 입을 열었다. 정 총리는 양사 소송전에 대해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을 포함한 배터리 업체 간 치열한 경쟁에 더해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내재화 움직임까지 본격화하는 가운데, 국내 배터리 업계 주도권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메시지다.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은 합의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총리는 28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K-배터리'의 미래가 앞으로 정말 크게 열릴 텐데 작은 파이를 놓고 싸우지 말고, 양사가 나서 빨리 문제를 해결하고 큰 세계 시장을 향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황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이어 “미국 정치권도 나서서 제발 좀 빨리 해결하라고 하고 있다”면서 “양사 최고 책임자와 연락도 해서 낯부끄럽지 않냐, 국민들 걱정을 이렇게 끼쳐도 되냐고 빨리 해결하라고 권유를 했는데 아직도 해결이 안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소송 비용이 수천억원에 달한다고 한다”면서 “양사가 싸우면 남 좋은 일만 시킨다”고 우려했다. 또 “남이 누군지는 제가 거론하지 않아도 다 아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총리가 언급한 '남'은 중국 CATL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CATL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자국 시장을 바탕으로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4년째 1위를 지키고 있다. 또 유럽과 미국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배터리를 내재화하려는 움직임도 잠재적인 위협요인이다.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SK이노베이션은 지동섭 배터리 사업대표 명의 입장문을 내고 “모든 소송 과정에 성실히 임했음에도 원만한 해결을 하지 못해 국민께 송구한 마음”이라면서 “정세균 총리가 우려를 표한 것은 국민적 바람이라고 엄중히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적 우려와 바람을 잘 인식해 분쟁 상대방과의 협력적이고 건설적인 대화 노력을 통해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국민들께서 기대하는 대로 K-배터리가 국가 경제와 산업 생태계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별도 입장 자료를 내지는 않았다. 그러나 합의의 문은 열려 있다는 입장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최종 판결 이전에 합의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배터리 영업비밀 특허 침해 여부를 놓고 다투고 있다. 최종 판결은 2월 10일(현지시간) 나온다. ITC는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 판결 후 이의제기를 받아들여 검토 중인 상태다.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
"소송 비용만 수천억…국민 우려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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