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이 지원한 박정원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기초과학연구원 나노입자 연구단 연구위원)는 이원철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 기계공학과 교수,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와 함께 세계 최초로 핵생성 과정을 원자 수준에서 직접 관찰하는데 성공했다.
연구 결과를 담은 '원자핵이 결정화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비결정상과 결정상 사이의 가역적 전이'라는 제목의 논문은 28일(미국 현지시간) 세계적인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됐다. 학계의 오래된 난제였던 결정핵 생성 원리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원자가 모여 물질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핵생성(nucleation)' 과정이 필수다. 그러나 핵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너무 빠른 속도로 일어나고, 원자의 크기 또한 수 옹스트롬 정도로 작아 직접 관찰하기가 어려웠다.
핵 생성 과정을 설명하는 여러 이론이 있지만, 실험을 통한 증명에는 한계가 있었다.
공동 연구팀은 원자 한 개의 두께만큼 얇은 그래핀 막 위에 금(金) 나노 결정을 합성해 세계 최고 성능의 초고속 투과전자현미경으로 핵생성 과정을 세계 최초로 관찰하는데 성공했다.
공동 연구팀은 원자들이 무질서하게 뭉친 덩어리 구조(비결정상)가 됐다가 정렬을 이루며 결정을 형성한 구조(결정상)도 되는 상태를 반복하는데, 결정의 크기가 커짐에 따라 점차 원자들이 정렬된 구조로 유지되면서 결정상의 상태가 되는 핵의 생성 과정을 밝혀냈다.
이는 원자들이 처음부터 규칙적으로 정렬을 이루며 결정을 형성한다는 기존의 핵생성 이론과는 다른 새로운 이론을 제시한 것이다.
공동 연구팀은 물질의 구조가 변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한데, 초기 핵형성 단계에서는 필요한 에너지가 아주 작아 비결정상과 결정상 사이를 쉽게 오고 갈 수 있어 이 현상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박정원 서울대 교수는 “결정핵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발견하고, 이를 실험으로 검증해 고체 물질이 형성되는 과정의 근본 원리를 밝혔다”고 이번 연구 의의를 설명했다.
이원철 한양대 교수는 “박막 증착 공정의 극히 초기 상태를 실험으로 재현했다”면서 “이를 응용하면 향후 반도체 소재, 부품, 장비 분야의 원천 기술을 확보하는데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원 교수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과 기초과학연구원 연구단 사업의 지원을, 이원철 교수는 한국연구재단의 4단계 두뇌한국21(BK21) 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번 연구를 수행했다.
박정원 교수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과 기초과학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진행한 '나노 입자의 3차원 증명사진 촬영 기술 개발' 연구 결과가 지난해 4월에도 '사이언스'에 게재된 바 있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과학기술 연구 분야 육성, 지원을 목표로 삼성전자가 2013년부터 1조 5000억 원을 출연해 시행하고 있는 연구 지원 공익사업이다.
매년 상하반기에 각각 기초과학, 소재, ICT 분야에서 지원할 과제를 선정하고, 1년에 한 번 실시하는 '지정테마 과제 공모'를 통해 국가적으로 필요한 미래기술 분야를 지정해 해당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연구 책임자가 연구 성과와 주요 이슈를 설명하고, 참석 연구자들과의 토론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애뉴얼 포럼', 연구 성과의 산업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R&D 교류회, 활용도가 높은 특허 출원을 지원하는 IP멘토링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2013년부터 지금까지 634개 과제에 8125억원의 연구비가 지원됐다.
삼성전자는 '함께가요 미래로! Enabling People' 이라는 CSR 비전 아래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스마트공장, C랩 아웃사이드, 협력회사 상생펀드 등 상생 활동과 청소년 교육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