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버트 비어만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장(사장) 주도로 추진해온 현대차 고성능차 전략이 올해 대중화 원년을 맞는다. 2017년 N 브랜드로 선보인 첫차 i30 N을 선보인 이후 4년 만에 7종에 달하는 고성능차 풀라인업을 완성할 계획이다.
고성능 브랜드 N은 전동화 브랜드 아이오닉과 함께 현대차의 달라진 제품 전략을 대변하는 서브 브랜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014년 말 BMW 고성능차 M 개발총괄 책임자였던 비어만 사장을 직접 영입하고, 이듬해 N 브랜드 출범을 알렸다. 비어만 사장은 고성능차 N을 성공적으로 개발한 점을 인정받아 2019년부터 외국인 최초로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장을 맡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아반떼와 코나, 투싼 등 주력 모델까지 N 브랜드 적용을 확대해 고성능차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N 브랜드 신차들은 국내는 물론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글로벌 브랜드 고성능차들과 직접 경쟁을 펼친다.
그동안 현대차는 유럽 시장에서 선호도가 높은 i20와 i30, 벨로스터 등 해치백 모델을 중심으로 N 제품을 개발해왔으나, 올해부터는 시장 수요에 맞춰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제품군으로 N 적용을 확대한다.
고성능 N 제품 전략은 크게 4단계로 구분된다. 1단계는 N 경주용 자동차, 2단계는 N 전용 스포츠카, 3단계는 고성능 모델 N, 4단계는 N 파츠를 장착한 준고성능 N라인이다. 시판 중인 아반떼 N라인과 코나 N라인 등은 4단계, 앞으로 나올 아반떼 N과 코나 N, 투싼 N 등은 3단계에 해당한다.
현재 국내외 시장에 판매 중인 N 제품군은 i20 N·i30 N·i30 패스트백 N·벨로스터 N 4종이다. 준고성능 N 라인(Line)은 i10 N라인·i20 N라인·i30 패스트백 N라인·아반떼(수출명 엘란트라) N라인·쏘나타 N라인·코나 N라인·투싼 N 라인 등 7종이다.
현대차가 고성능 N 적용을 확대하는 것은 기존 N 제품군이 국내외 시장에서 호응을 얻고 있어서다. 2017년 독일을 시작으로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시장에 진출한 N 제품군은 현지 마니아들 사이에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고성능차로 인기를 끌며 유럽에서만 3만대 가까이 팔렸다. 마니아층 구매 비중이 높은 차종으로는 적지 않은 판매량이다.
N 제품군 대중화 기폭제가 될 코나N은 벨로스터 N에 탑재한 2.0ℓ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을 공유해 최고출력 250마력, 최대토크 36.0㎏·m를 발휘한다. 퍼포먼스 패키지를 선택하면 275마력이다. 수동변속기를 기본으로 8단 습식 DCT 변속기를 조합할 수 있다. 여기에 전륜구동 기반 사륜구동 시스템을 적용했다.
올해 아반떼·코나·투싼 N이 출시되면 현대차 N 제품군은 4종에서 7종으로 늘어난다. 세단과 SUV로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고성능차 진입 장벽이 낮아질 전망이다. 회사 수익성 향상에도 기여한다. N 제품군 가격은 일반 제품보다 40%가량 높다.
현대차는 앞으로 나올 고성능 전기차를 위한 N 제품군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시장은 배터리 기술의 발전으로 주행거리 등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더 높은 성능을 요구하는 소비자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성능 차는 이동수단으로서의 자동차를 넘어 즐기기 위한 자동차라 할 수 있다”면서 “높은 완성도와 내구성 등 기술력을 바탕으로 판매량 향상은 물론 브랜드 이미지 제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