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선점을 위한 공격적 행보에 나서 주목된다. LG에너지솔루션과의 소송과 실적 악화에도 위기를 정면 돌파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9일 1조2700억원을 투자해 헝가리에 연산 30GWh 규모의 배터리 3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30GWh는 43만대 이상의 전기차에 배터리(70kWh 기준)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회사는 올해 3분기 착공하고, 2028년까지 순차적으로 총 2조6000억원을 투입해 배터리 생산능력도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씨야르트 피테르 헝가리 외교통상부 장관은 “SK이노베이션이 헝가리 역사상 친환경 배터리 분야 사상 최대 투자 기업이 됐다”고 말했다.
이번 3공장 투자는 기존 SK이노베이션의 전략과는 차이가 있다. 회사는 배터리 주문을 먼저 수주한 후에 공장을 짓는 '선(先)수주 후(後)증설'을 취해왔지만 헝가리 3공장은 선제 투자다. 회사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들의 수주를 소화할 수 없을 정도로 배터리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더욱 공격적인 전략으로 글로벌 선두 업체로 도약한다는 의지”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의 이런 행보는 미국에서도 읽힌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소송을 벌이고 있다. ITC는 예비판결에서 LG쪽 손을 들어준 상태다. 최악의 경우 사업 중단까지 피할 수 없는, SK이노베이션으로서는 불리한 상황이지만 회사는 미국 배터리 공장 추가 투자도 이어가고 있다. 현지 공장 건설은 물론 채용까지 진행하고 나아가 미국 내 배터리 3공장 건설 계획을 시사하기도 했다.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 대표는 최근 열린 '인터배터리 산업전'에서 “3·4공장 추가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2조5688억원 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해 사정이 넉넉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는 건 전기차 배터리 사업 성장을 확신하고 최고경영진의 강한 육성 의지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배터리 사업 매출은 1조6102억원으로 전년 6903억원 대비 두 배 이상 성장했다. 회사 관계자는 “해외 공장의 조기안정화로 판매량이 증가하고 수익성도 개선되고 있다”며 “본격 성장 궤도에 오른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더 공격적 투자에 나설 채비다. SK이노베이션은 2023년까지 85GWh, 2025년까지 125GWh 이상의 글로벌 배터리 생산능력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존 2025년 목표였던 100GWh에서 25GWh 이상 추가 증설을 결정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는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이 전세계 전기차 산업의 벨류체인과 생태계 발전에 크게 기여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전기차 배터리 산업을 선도하는 리딩 컴퍼니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