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산업에 걸쳐 '디지털 전환(DX)'이 화두로 떠올랐다. 패션·뷰티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소비 축이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과거 방문판매와 오프라인 매장 중심 판매 전략이 관건 이었다면 앞으로는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DX 완성도가 성패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최대 뷰티 체인점 회사인 얼타 뷰티(Ulta Beauty)는 S&P500 종목 중 지난 10년 동안 7500%이상 주가가 상승한 브랜드다. 공격적인 매장 확장 전략과 함께 온라인 사업 강화도 적극적으로 이어왔고 이는 코로나19 폭풍에서도 빛을 발했다.
국내 패션·뷰티업계도 온라인 소비 전환에 대한 대응이 올해 본격화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춰 변화하는 모습에 기대가 모아진다. 전자신문은 국내 대표 패션·뷰티기업들의 디지털 전환 전략을 시리즈를 통해 조망한다.
<편집자 주>
'차석용 매직' '미다스의 손'. 최근 LG생활건강에 따르는 수식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뷰티 기업들이 파고를 넘지 못했지만 LG생활건강만은 나홀로 성장했다.
지난해 LG생활건강은 화장품(뷰티), 생활용품(HDB), 음료(리프레시먼트) 3개 사업부 모두 국내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16년 연속 성장 곡선을 그리면서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 성장한 7조8445억원, 영업이익은 3.8% 증가한 1조2209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는 역대 4분기 중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0%, 6.3% 증가한 2조944억원, 2563억원이었다.
이 같은 성과의 주역엔 단연 차 부회장이 있다. 그는 뷰티업계에서 선제적으로 디지털 전환(DX)을 강화했고 이는 곧 코로나19 후폭풍을 비껴간 혜안으로 발휘됐다.
매출 비중이 높은 대(對) 중국 시장 전략을 과감히 오프라인에서 온·오프 병행 공략으로 바꿨다. 2018년 로드숍 브랜드 더페이스샵의 중국 오프라인 매장을 철수하고 온라인 판로를 확대했다. 또 후·숨·오휘 등 럭셔리 브랜드를 중국 백화점에 입점하는 등 온·오프라인 시장을 함께 공략했다.
그 결과 LG생활건강의 작년 4분기 중국 시장 매출은 전년 대비 41% 늘었고 연간 기준 21% 성장했다.
특히 하반기 중국 최대 쇼핑 행사인 광군제에서 후, 숨, 오휘, 빌리프, VDL, CNP 등 6개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매출 15억5000만RMB(약 260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74% 신장하는 성과를 거둬 역대 최대 매출을 갱신했다.
미국 사업에도 디지털 전환을 통한 판매방식 혁신을 꾀했다. 2019년 인수한 미국 화장품 자회사 '에이본(Avon)'은 모바일로 생생한 제품 체험과 주문까지 가능한 디지털 카탈로그를 론칭, 소비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실제 론칭 직후 10주 만에 방문객수는 53% 증가했다.
'에이본 디지털 카탈로그'는 온라인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바로 구매하거나 쉽게 공유할 수 있다. 일례로 동영상 콘텐츠로 제품 특징을 더 생생하게 볼 수 있고 사용법에 대한 팁도 얻는다. 또 고객이 사진을 업로드하면 가상 메이크업을 하고 인공지능(AI)은 적합한 제품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국내 사업에서도 디지털 전환이 이뤄졌다. 본사에는 단순·반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로봇업무자동화(RPA·Robotic Process Automation) 시스템인 '알 파트장'을 도입해 업무 효율화에 나섰다.
'알파트장'은 실적 보고 등 사내에서 빈번하게 작업하는 엑셀 업무와 주문 처리 등 특정 전산시스템의 입력·조회하고 임직원들이 요청한 자료를 다운로드 해 메일로 전송도 한다. 현재 알파트장은 영업, 회계, 마케팅 등 부서에 총 8대가 활약하며 총 249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알 파트장의 업무 성공률은 RPA 최고 수준인 95%를 기록하며 업무 범위를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온라인 판매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로드숍을 운영하는 가맹점 영업 환경이 어려워진 데 대한 대안도 디지털 전환으로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네이처컬렉션'과 '더페이스샵'의 직영 온라인 몰을 오프라인 가맹점이 매출과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통합 플랫폼으로 개편했고 이는 가맹점과 상생한 대표 사례로 꼽히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올해도 디지털 전환에 고삐를 죄고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특히 최근 급부상한 라이브커머스 실행력을 강화하고 AI, 빅데이터를 활용한 플랫폼 재편, 업무 고도화에 집중한다.
디지털 마케팅 역량 강화를 위해선 직접 인플루언서를 양성하는 '내추럴 뷰티크리에이터' 사업에 힘을 싣고 다양한 플랫폼 제휴를 이어갈 예정이다.
차석용 부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MZ세대에게 익숙한 라이브커머스의 실행력을 강화하고 디지털마케팅 역량을 키워 고객 가치 극대화와 업무 방식 고도화를 이루어 나가야한다”고 말했다.
박효주기자 phj20@etnews.com
표1. LG생활건강 2020년 매출 추이
1분기 1조8960억원
2분기 1조7830억원
3분기 2조710억원
4분기 2조944억원
연간 총액 7조8445억원
출처:금감원 전자공시
표2. LG생활건강 디지털 혁신 주요 내용
네이처컬렉션·더페이스샵 상생 온라인 통합 플랫폼 오픈
美 자회사 에이본, 고객 맞춤형 '디지털 카탈로그' 론칭
단순·반복 업무 가능한 소프트웨어 로봇 '알(R) 파트장' 도입
中 온·오프 병행 전략, 2020광군제 역대 최대 매출 갱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