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프린터, 드론,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등 '중소기업간경쟁제품'의 공공 구매 기준이 새로 규정된다. 우수기술 확보 여부와 사회 기여도 등 비가격 기준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단순한 최저가 입찰로 특정 중소기업이 공공시장을 독과점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한 조치다. 연 16조원 규모에 이르는 중소기업 공공조달 시장의 경쟁 구도가 크게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중기간경쟁제품 구매 심사 과정에서 계약이행능력심사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중소기업연구원, 중소기업중앙회 등 유관기관으로부터 연구용역과 의견 수렴을 거쳐 올해 안에 개편을 타진한다는 방침이다.
최저가입찰제로 인한 특정 기업의 독과점 등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가격 배점 비중은 낮추기로 했다.
중기부에서는 고도 기술 인증, 특허·디자인 등록 보유자 등 일반기술, 친환경·품질·규격 등 인증에 가점 부여를 우선 검토하기로 했다. 이 밖에 창업기업과 공동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경우와 사회적기업, 취약계층 고용기업 등에도 가점을 부여하는 안도 반영될 것으로 알려졌다.
중기간경쟁제품은 중기부 장관이 중소기업의 판로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한 제품이다. 중기중앙회의 추천을 받아 중기부가 고시한다. 3D프린터, 드론, LED 조명 등 지난 2019년 기준으로 총 612개 품목에 이른다. 연 100조원 이상의 공공조달시장 가운데 16조453억원을 중기간경쟁제품이 차지한다. 참여 기업 2만4000개사, 계약 건수 10만건이 넘는 큰 시장이다. 특히 레미콘·아스팔트콘크리트 등 관급 공사 시장만도 각각 2조7000억원, 1조6000억원 상당에 이른다.
중기부가 구매 기준 개편을 추진하는 주된 이유는 연 16조원 안팎에 이르는 시장의 상당 부분이 특정 중소기업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기간경쟁제품으로 지정된 600여개 품목 가운데 75개 품목에서 독점, 90개 품목에서 과점이 각각 나타나고 있는 등 25%가 넘는 품목에서 독·과점이 발생하고 있다.
실제 어업실습선의 경우 특정 기업이 450억원에 이르는 시장 전체를 독점하고 있다. 군용사물함, 세관감시선, 가설방음판 등도 하나의 기업이 조달시장을 독식하는 구조를 띠고 있다. 이 밖에도 매트리스, 태양광가로등, 가로등자동점멸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독과점이 나타났다.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도입한 제도가 오히려 특정 중소기업이 독식하는 구조를 만든 셈이다.
정부는 특정 중소기업의 독과점이 발생하는 이유를 가격 배점이 지나치게 높다는 데서 찾고 있다. 독과점을 누리는 기업 대부분이 최저가 입찰을 무기로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해 왔다는 것이 정부 관점이다.
정부의 기준 변경 추진을 두고 벌써 일부 업계에선 반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기간경쟁제품 제도가 사실상 단체수의계약을 대체한 제도인 만큼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중소기업협동조합의 불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 협동조합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외부 환경이 악화하고 있는 만큼 좀 더 세밀한 분석을 통해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