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공적개발원조(ODA) 화두는 과학기술혁신(STI)이다. 세계적 조류면서, 우리나라가 취하는 ODA 방향도 이것이 주다. 과거에 우리는 미국 차관으로 현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일구고, 과학입국을 이룬 역사가 있다. 그 경험을 다른 개발도상국에 적용하는 것이다. 해당 개도국에서도 '물고기를 받기보다 물고기를 잡는 법을 배우는' STI ODA를 선호하고 있다.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이 과학기술정책연구원(과기정책연)이다.
과기정책연은 2014년 이래 지속적으로 STI ODA 사업을 진행해왔다. 이후 지금까지 대상국을 늘려오며 K-사이언스를 세계에 전파해왔다. 국제기술혁신협력사업인 K-이노베이션(Innovation) ODA 프로그램이 이것이다.
지난 2020년에도 정책자문 지원으로 파트너국 STI 역량 제고와 지속가능발전에 기여했다. 사업예산은 사업인건비를 제외 총 8억2800만원으로, 이를 활용해 라오스, 베트남, 스리랑카, 아제르바이잔,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 6개국에 대한 정책자문지원에 나섰다.
◇라오스·인도네시아서 STI 밑거름 뿌려
과기정책연은 라오스·인도네시아에 STI를 이루기 위한 밑거름을 뿌렸다. 라오스의 경우 지난해에 첫 사업이 시작됐다. 라오스는 국가 경제 사정이 매우 어렵고, 인프라 전반과 거버넌스, 연구 기반을 갖추지 못한 곳이다. STI 실현이 시급하다.
과기정책연은 지난해 라오스 과학기술부와 협력해 STI 현황자료를 수집·조사하고, 국가혁신스템(NIS) 현황을 분석했다. 현지에서의 정책 사례 및 방법론을 공유하고 고찰한 결과, '라오스 과학기술기본계획 가이드라인' 보고서를 도출했다. 앞으로도 사업을 지속해, 라오스의 국가 과학기술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국가 연구소를 설립하는 로드맵 수립을 지원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지난해 현지 과학기술 거버넌스와 씽크탱크 현황·수요를 진단했다. 이를 토대로 STI 연구를 진행할 씽크탱크 신설 시나리오를 다수 제시하고 정책 제언도 했다. 연구진흥을 위한 기금 관리 방식, 공공연구기관 거버넌스 개편, 국가 연구개발(R&D) 프로그램 발전과정 등도 주된 제언 내용이었다.
◇나라별 맞는 전략을 찾아라…스리랑카·캄보디아
사업 성과가 잘 드러나려면 무엇보다 나라별 특성을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기정책연은 지난해 K-이노베이션 사업을 통해 스리랑카와 캄보디아 체질에 맞는 발전 방안 마련에 고심했다.
스리랑카 사업의 경우 해당국 수출액 20% 이상을 차지하는 농업을 전략분야로 선정, 이를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주력했다.
2019년 스리랑카의 국가과학기술 시스템을 분석한데 이어, 지난해 농업 분야 생산성 향성, 농식품 가공, 농업 기술 액션 플랜 수립 지원에 나섰다.
도출된 농업기술 액션 플랜 초안은 실제 정책에 연결될 전망이다. 초안을 활용해 스리랑카 농림부와 과학기술연구부가 함께 올해부터 실제 액션 플랜을 수립하고 시행할 예정이다.
캄보디아는 지난해를 시작으로 3년동안 구체적인 전략기술을 도출하는 작업이 시작됐다. 과학기술을 전담하는 '산업과학기술혁신부'가 신설됐지만, 정작 어떤 과학기술을 육성할지 방향 설정과 로드맵 수립 역량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과기정책연은 6개 전략기술군을 도출하고 전략과 로드맵을 수립하는 정책 자문을 진행했다.
◇현지 수요에 맞춤형 지원…베트남·아제르바이잔
파트너국의 명확한 요청으로 특정 사안에 집중한 지원 사례도 있다. 베트남에서는 '기술예측(향후 이익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는 신기술을 파악하는 과정)' 역량 확보에 기여했다. 협력기관인 '베트남 과학기술혁신연구소(VISTI)'가 기술예측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방법과 절차 등 가이드라인을 전달했다.
특히 기술예측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했다. 베트남 대도시에 대두되는 교통문제 해결을 위한 교통 인프라 관련 유망 기술 도출, 국가 혁신전략 수립으로 성과가 연계되도록 지원했다.
아제르바이잔 사업은 '국립과학아카데미 첨단기술단지(ANAS-HTP)' 성장을 견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아제르바이잔은 주변국 연구단지까지 통틀어 이곳을 최고 하이테크 파크로 성장시키고자하는 비전을 세우고 전략 수립에 나섰는데, 과기정책연이 이를 지원했다.
과기정책연은 이곳의 예산 출처 다양화, 인력 확보, 네트워크 강화를 통한 기술이전 및 상업화, 창업 육성, 시험과 인증 등 다방면의 전략 수립을 지원하고 이들을 로드맵을 제시했다.
◇온라인 방식 적극 활용해 코로나19 위기에도 사업 철저히
물론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경우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여파로 사업 환경이 매우 열악해졌다.
특히 파트너국인 인도네시아, 아제르바이잔 등은 특히 상황이 심각했다. 물리적 교류 및 방문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 현지 회의와 초청연수 워크숍 개최는 온라인,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대체해 진행했다. 이전 사업으로 협업 경험이 풍부한 경우 해당 국가 로컬 컨설턴트를 활용해 효율성을 더했다.
스리랑카 사업을 도운 이대섭 강원대 국제개발협력학과 교수는 “스리랑카 현지 상황이 심각해 온라인으로 회의와 강의를 진행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며 “다행히 회의 품질이나 기술적인 부분에 큰 문제가 없었고, 수원국 입장에서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과기정책연은 올해에도 세계 각지에서 K-이노베이션 ODA 프로그램을 이어가고, 성과를 확대해갈 계획이다.
선인경 과기정책연 개발협력연구단장은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개도국의 지속가능발전에 기여하고,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외교적 위상을 높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올해에도 최선을 다해 우리나라와 전 세계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표> 2020년도 6개국 대상 K-이노베이션(Innovation) ODA 프로그램 사업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