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전기버스 대량 도입 돌연 보류...왜?

삼성그룹이 전사 통근 차량용으로 지난해부터 추진하던 전기버스 대량 도입을 잠정 보류했다. 당초 정부 전기차 보급 정책에 따라 국내 기업 최초로 대규모 친환경차 도입을 추진했지만 국산 전기버스 중에서 마땅한 차량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통근버스용으로 대규모 전기버스 교체·도입을 추진했던 삼성이 계획을 잠정 보류했다. 전기버스 도입은 배터리 등 안정적 차량 운영을 위해 그룹 계열사가 맡아 왔다.

삼성은 2019년부터 자일대우버스와 고상 전기버스 도입을 위해 별도 제작 등 구매 계획을 논의했다. 그러나 지난해 노사 갈등으로 자일대우버스 국내 생산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하면서 시범 차량 1대 구입하는데 그쳤다. 이후 현대차·우진산전 등 다른 제작사 발굴에도 나섰지만 결국 무산됐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대규모 전기버스 도입을 추진했으나 국내 업체들 대응이 원활하지 않았다”며 “현재 잠정 보류한 상황”이라며 구체적 언급은 피했다.

당초 삼성은 친환경 변화에 맞춰 모든 계열사 업무 버스를 전기버스로 순차적으로 바꿀 계획이었다. 첫해 수 십대 도입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최대 수 백대 단위로 늘릴 계획이었다. 그러나 운영 조건 등 다양한 환경을 충족하는 차량을 찾지 못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서울 경인로에서 운행 중인 노선용 저상 전기버스.
서울 경인로에서 운행 중인 노선용 저상 전기버스.

가장 큰 이유는 국산 제작사의 전기버스 업력이 짧다 보니 아직까지 제품 완성도나 시장 대응이 미흡했기 때문이다. 또 국산 배터리 채용 등 다른 전략적 이유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판매 중인 전기버스는 주로 시내 노선용이라 저상 버스 이외 시장 검증을 마친 고상 전기버스가 아직 없다.

여기에 차량 구매비용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고상 버스다 보니 국토부 보조금을 받지 못해 100대 구매에 최대 200억이 들어가는데 이는 일반 버스와 비교하면 두 배가량 비싸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단계적으로 최대 200대 버스 도입을 협의를 했지만, 현재는 우리뿐 아니라 모든 제작사와도 구매 협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삼성에 차량을 공급하려면 별도의 고상 전기버스를 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