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유명 게임의 전유물이던 '미디어 믹스'가 한국 게임에도 접목됐다. 게임을 지속 가능한 지식재산권(IP)으로 성장시키려는 기업의 필요성과 더 많은 세계관을 경험하고 싶은 이용자의 욕구가 맞물렸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게임사가 자체 IP를 활용해 다양한 미디어 믹스 사업을 전개한다. 미디어믹스는 한 미디어를 통해 유통된 상품이 인기를 얻어 영화, 애니메이션, 소설 등 다른 미디어로 파생상품이 나오는 것을 의미한다.
컴투스는 서머너즈워 IP를 게임 외 부문으로 확장한다. 서머너즈워는 단편 애니메이션, 소설, 코믹스, 모션 코믹스 등으로 세계관을 정립해 몰입을 고도화한다. '워킹데드' 제작사인 스카이바운드엔터테인먼트와 협업으로 완성도가 높다는 평이다. 컴투스 자회사 데이세븐 '일진에게 찍혔을 때'는 웹드라마로 제작돼 시즌2까지 제작될 정도로 성공적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스마일게이트는 매출 핵 '크로스파이어' IP를 기반으로 중국 웹드라마 '천월화선'을 선보였다. 텐센트 비디오에서 인기 드라마 2위, 누적 시청 18억뷰를 쉽게 넘어섰다. 헐리우드 영화로도 제작 중이다.
위메이드 역시 중국에서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는 미르IP를 기반으로 미디어믹스 사업을 전개한다. 미르 시리즈를 묶은 '미르연대기:용의 대지, 불과 마법의 역사'는 세계관을 세밀히 담아냈다. 200페이지가 넘는다.
웹젠은 '뮤' IP를 웹툰으로, 넥슨은 '던전 앤 파이터'를 애니메이션과 만화 등으로 옮겼다. 전시회도 열었다. 조이시티는 자회사 로드비웹툰으로 게임과 웹툰을 동시에 서비스할 예정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대중문화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시도로 해석된다. 과거에는 해외 유명 게임만 시도하는 영역이었다. 영화로 만들어져 국내에 개봉된 '툼레이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어쌔신크리드' '레지던트이블(바이오하자드)'를 비롯해 '둠' '히트맨' '라스트 오브 어스' 등이 게임 밖에서 새로운 대중에게 영향력을 늘렸다. 국내 게임사도 해외에서 영향력이 높아지면서 이를 가속할 방법으로 미디어 믹스를 선택한 것이다.
한국이 경쟁력을 가진 MMORPG는 다른 장르에 비해 스토리가 방대해 IP 다각화에 유리하다. 해외 영향력을 키우며 수출액도 증가도 기대할 수 있다. 게임에 익숙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새로운 소비층으로 부상하면서 이들 소비 패턴, 관계 맺는 방식 데이터를 가진 게임사가 콘텐츠 플랫폼 역할도 함께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IP가 새로운 생명력을 계속 얻게 하면서 매출도 증대시킬 수 있는 전략”이라며 “미디어 믹스가 성공하려면 원작 게임성과 흥행이 전제돼야 하는 만큼 치밀한 기획과 유력 사업자와의 파트너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