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통신사에 부과하는 전주(전봇대) 사용료를 17% 인상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통신사는 5세대(5G) 이동통신 투자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한전이 연간 300억원 부담을 발생시킨다며 반발, 논란이 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5G와 기가인터넷 등 디지털 인프라의 차질 없는 확산을 위한 정부의 중재가 요구된다.
한전은 전주 설비대가를 케이블 가닥당 753원에서 약 17% 인상한 882원을 부과하겠다고 통신사에 통보했다.
전주는 통신사가 광케이블과 구리케이블 등을 가정에 연결해 인터넷, IPTV를 제공하기 위한 필수 설비다.
자체 통신주 설비를 다수 보유한 KT 이외에도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드림라인, 세종텔레콤, 케이블TV 등이 한전 전주를 이용한다.
한전은 지난 2012년 전주 사용료 인상 이후 8년 동안 인상하지 않았다며 변화된 시장 상황 등을 고려, 사용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17% 사용료 인상은 2년마다 전주 사용료를 산정하도록 한 전기통신사업법 '설비 등의 제공조건 및 대가 산정기준' 고시에 근거해 연구용역을 수행한 결과로, 합리적 이용대가를 부과해야 한다는 게 한전 입장이다.
이에 대해 통신사는 한전이 전주 사용료 산정과 관련해 명확한 데이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인상하려 한다며 반발했다. 통신사는 한전이 원가 등 요금에 적용되는 계수를 공개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가를 지정하고 합의에 들어가는 건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통신사는 한전이 전주 사용료 산정에서 임의적 데이터를 사용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전기통신사업법 고시에 따르면 전주 투자비는 전주 1개 설치에 소요되는 투자비를 '설치 가능 케이블 수'로 나눠 산정한다. 산정식에 따르면 분모가 커질수록 사용료가 낮아지는 구조다. 그러나 한전은 설치 가능 케이블 수를 계산이 어렵다는 이유로 분모에 적용하지 않고 '실제 케이블 수'를 임의 적용하는 방식으로 분모를 축소, 사용료를 높였다는 게 통신사 주장이다.
통신사는 5G와 기가인터넷 등 초연결 인프라 투자와 관련해 현실적인 어려움도 호소했다. 통신사는 현재 전주 이용대가로 연간 1500억원 이상을 한전에 지불하고 있는 가운데 케이블 가닥당 129원이 인상될 경우 약 3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5G 투자비용에 대한 세액공제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통신사는 정부가 나서서 세액공제, 기지국 면허료 공제 등 5G 투자 지원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공공기관인 한전의 일방 통보로 투자 지원 효과가 상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통신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적극 중재와 제도 개선을 요청할 방침이다. 과기정통부는 전기통신사업법 고시에 근거해 전주 사용료가 책정됐는지 검증할 권한이 있다. 전주는 필수설비에 해당한다. 한전이 과기정통부에 사용 요율을 공식 통보하고, 통신사가 이의를 제기할 경우 과기정통부는 전문기관에 검증작업을 의뢰해 조정할 수 있다.
통신사 관계자는 3일 “전주 설비 제공 의무화가 고시에 명시돼 있지만 인상율 상한선 등을 지정, 과도한 부담을 예방해야 한다”면서 “해외의 경우 통신망 설치가 목적이라면 시설관리기관이 우리나라보다 저렴한 가격에 시설을 제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전 관계자는 “재산정 요구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다가 8년 만에 재산정을 요청한 것”이라면서 “과기정통부 재검증 절차를 고려, 전기통신사업법 고시에 근거해 정당하게 산정했다”고 말했다.
한전과 통신사 전주 사용료 입장.
손지혜기자 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