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운영하는 '상생기술협력자금'이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을 육성하는 인큐베이터로 떠올랐다. 지난 2015년 도입 이후 불과 5년 만에 수혜 기업이 상장에 성공하면서 우수 중소기업 성장을 돕는 버팀목으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 전문업체 피엔에이치테크는 오는 16일 코스닥에 입성한다. 공모가는 희망 범위 상단을 초과한 1만8000원으로 확정됐다. 시장이 피엔에이치테크가 보유한 기술력에 높은 기대를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업계 관계자는 “피엔에이치테크는 지난 2018년부터 LG디스플레이 상생기술협력자금을 지원받고 있다”면서 “코로나19로 자금유동성 확보가 어려운 지난해에도 해당 자금으로 도움을 받으면서 수혜 기업 가운데 첫 상장사가 됐다”고 전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015년 1차 협력사를 대상으로 400억원 규모의 상생기술협력자금을 자체 조성했다. 협력사 신청을 받아 무이자로 설비투자, 신기술 개발, 연구개발(R&D) 등을 위한 자금을 빌려주는 형태다.
2017년에는 상생 프로그램 지원 대상을 2000여개에 이르는 2〃3차 협력사까지 확대하는 '신성장협력체제'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상생기술협력자금을 600억원 증액, 총 1000억원으로 확대하는 한편 2·3차 협력사까지 금융 지원 대상에 포함했다. 1·2·3차 협력사 사이에 형성된 수직적 네트워크를 해소해 수평적 상생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상생기술협력자금은 지난 1월 기준 51개 협력사에 총 917억원이 지급된 것으로 집계됐다. 단순 계산으로 지난 5년여 동안 기업당 평균 약 17억9000만원을 지원한 셈이다. 올해 처음으로 누적 기준 1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LG디스플레이는 앞으로 자금 지원은 물론 공동 R&D, 제조혁신, 신기술 장비 공모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집중 추진한다. 글로벌가치사슬(GVC) 재편이 급변하는 가운데 협력사의 경영 안정과 기술경쟁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린다.
우선 내년까지 협력사와 연 평균 20건의 공동 R&D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 2019년 추진된 공동 R&D는 21건, 제조혁신 활동은 595회다. 이 과정에서 확보한 우수 기술은 특허출원까지 지원한다. 피엔에이치테크에 이어 기술력을 무기로 상장에 도전하는 수혜 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최근 액정디스플레이(LCD)에서 OLED로 글로벌 디스플레이 산업 무게중심이 이동하면서 국내 소부장 산업 육성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국내 협력사들의 글로벌 제조 경쟁력을 향상하기 위한 협력체계를 지속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