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정거래위원회 역할을 하는 중국 시장감시총국이 인터넷 기업에 대한 규제 시행을 본격화했다.
중국 당국이 자국 기업뿐 아니라 미국, 한국 등 해외 기업 대상으로도 지침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삼성과 LG는 중국 반독점법의 뼈 아픈 제재를 받은 바 있다.
국가시장감독총국은 당 중앙 국무원 정책 결정 관철, 인터넷 기반 플랫폼 경제 분야 반독점 감독 강화 등을 목적으로 '인터넷 플랫폼 기업에 관한 국무원 반독점위원회 지침'을 발표했다.
중국 시장감독관리총국은 이번 규제안으로 경쟁업체 압박을 위한 서비스 보조금 지급 등 정보기술(IT) 기업의 불공정거래행위를 억제할 것을 예고했다.
사실상 중국 정부는 지난 2008년에 경쟁법을 도입해 우리나라에 비해 반독점 행위를 규율한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편이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이처럼 지침 초안을 발표한 지 3개월 만에 시행되자 일각에선 “거대 인터넷 기업을 대상으로 한 반독점 규제 적용을 본격화할 태세를 갖춘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에 국내에서는 공정위와 방송통신위원회가 플랫폼 규제를 위한 시행 주체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그간 중국을 비롯해 해외 경쟁당국과 공조해 온 공정위는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을 제정했다. 지난달 말에는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정부 입법으로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방통위가 “공정위 제정안이 전기통신사업법과 중복 규제 우려가 있다”며 이의를 제기하며 논쟁이 가열됐다.
이어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입법을 통해 발의된 방통위안은 공정위 제정안과 제재 수위 등에서 내용이 다르다.
핵심은 이번에 발표된 중국 당국의 인터넷 기업 규제가 자국 기업뿐 아니라 향후 중국 시장에 진출할 기업에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단기적으로는 중국 내 플랫폼 기업에 충격이 일부 가해지겠지만 시장 개방 후 글로벌 플랫폼 기업이 중국에 진입해 점유율을 확보할 때 제재하는 방어수단으로 유효하다”고 해석했다.
앞서 중국 국가시장감독총국이 지난 11월 발표한 반독점 지침 초안에서도 이같은 추정이 가능하다. 지침은 독점행위 제재 대상인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기업이 독점적 지위에 도달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 △배타적, 제한적인 경쟁 효과를 가지거나 가질 가능성을 가진 사업자로 명시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조항은 '외국기업에 대한 차별금지 조항'이다. 이 대목에서 중국이 자국 내 플랫폼 기업을 제재하는 것과 함께 향후 글로벌 기업을 제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이번에 발표된 지침도 반독점법 밑에서 시행되기 때문에 중국 내 기업뿐 아니라 미국, 우리나라 IT기업을 포함한 글로벌 기업에 역외적용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중국 정부는 '반독점법'을 글로벌 다국적기업의 중국 내 시장 지배력 확대를 견제하는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역외적용 조항에 근거, 한국기업도 제재 대상에 포함된바 있다.
실제로 중국 경쟁당국의 해외기업 첫 제재 대상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였다. 양사는 가격담합을 이유로 과징금 부과조치를 당한 바 있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