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차세대 스마트폰 폼팩터로 떠오른 '폴더블폰' 경쟁에 뛰어든다. 애플은 LG디스플레이에 자사 특허 기반의 '폴더블 디스플레이' 개발 과제를 부여하며 새로운 플래그십 모델 등장을 예고했다. 애플은 그동안 폴더블폰을 선보인 경쟁사들과 차별화된 '폴딩(접는) 기술'을 구현, 혁신 마케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을 주도하는 LG디스플레이는 애플 폴더블폰을 계기로 '중소형 폴더블 OLED' 시장 진입 기회를 잡게 됐다. 애플과 LG디스플레이 합종연횡이 글로벌 폴더블폰 경쟁 구도를 크게 흔들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LG디스플레이에 '폴더블 디스플레이' 개발 과제를 위탁했다. 애플이 출원한 특허에 명시된 폴딩 기술을 실제 구현하는 한편 품질 고도화 작업 등에 초점을 맞췄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하반기에 커버 윈도 관련 조직을 구성, 애플을 위한 폴더블 디스플레이 개발에 착수했다. 디스플레이 폴딩은 폴더블폰을 구현하기 위한 제1 조건이자 핵심 기술이다. 그동안 폴더블폰 출시 여부에 침묵해 있던 애플이 개발에 본격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가을 국내에서 비밀리에 애플향 폴더블 디스플레이 개발을 시작했다”면서 “현재 개발 과정이 순조롭게 진척되고 있다”고 전했다.
LG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의 갤럭시폴드처럼 디스플레이를 안쪽으로 한 번 접을 수 있는 '인폴딩' 형태를 준비하고 있다. 커버글라스의 접히는 부분을 식각 공정으로 얇게 가공, 유연성을 높이는 방식을 적용했다. 폴딩 디스플레이를 구현하기 위해 두께 30마이크로미터(㎛) 수준의 울트라신글라스(UTG) 또는 투명 폴리이미드(PI)를 커버글라스로 사용한 경쟁사들과 차별화한 방식이다.
LG디스플레이는 이르면 오는 6월 시제품 생산 확대를 위해 식각, 미세 패터닝 등 주요 공정에 필요한 장비를 발주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의 첫 폴더블폰 출시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 큰 지각 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세계 폴더블폰 시장은 '갤럭시폴드' 시리즈를 앞세운 삼성전자가 약 90%를 점유한 가운데 중국 화웨이가 뒤를 쫓는 형국이다. 여기에 두터운 충성 고객층을 확보한 애플이 새로운 폴더블폰을 출시한다면 삼성전자를 위협하는 최대 경쟁사로 떠오를 가능성이 짙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주도하는 폴더블 OLED 공급망에도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LG디스플레이가 애플 특허 기반의 폴더블 디스플레이 기술을 선제 확보하면 앞으로 애플 공급망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애플 효과에 힘입어 LG디스플레이의 모바일용 중소형 OLED 패널 사업 확대도 예상된다. 현재 중소형 OLED 시장은 삼성전자와 애플을 양대 고객사로 확보한 삼성디스플레이가 80% 이상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한편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고객사 관련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