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금융위원회가 추진하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국회 통과를 앞두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네이버·카카오페이 등 빅테크(대형 정보통신업체) 지불·결제수단을 거친 충전·거래내역 등이 모두 금융결제원 한 곳에 수집되고 이를 금융위원회가 들여다볼 수 있어 헌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17일 전금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문에서 “금융위가 이용자 보호와 거래 투명화를 이유로 빅테크 거래정보를 수집하겠다는 것은 가정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모든 가정에 CCTV를 설치해놓고 지켜보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또 “전금법 개정안은 지급결제시스템을 빅테크 업체의 거래정보 수집에 이용하는 내용을 담았다”며 “한은은 지급결제시스템을 최종 책임지는 중앙은행으로서 지급결제 시스템이 빅브라더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전금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빅테크 기업은 고객의 모든 전자지급거래 정보를 금융결제원에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만약 이를 위반하면 수익의 50% 이내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금융위는 금결원에 수집된 이 거래정보에 별다른 제한 없이 접근할 수 있다. 금융위가 금결원 대한 허가권, 감시·감독·규제 권한을 갖기 때문에 자료 제출 명령, 직접 검사 등이 가능하다.
그러면서도 개인정보보호와 관련한 금융실명제법 제4조, 개인신용정보 이용 제한 제33조, 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 등 관련 법률 적용은 면제받는다.
한은은 이런 개정안 조항에 대한 법률 검토를 국내 법무법인 두 곳에 의뢰해 받은 답변을 바탕으로 “전금법 개정안은 명백한 빅브라더법”이라고 지적했다. 빅브라더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용어로 개인을 감시하고 사회를 통제하는 권력을 칭한다.
한은이 공개한 A법무법인은 “본건 법률안은 청산기관이 보유한 빅테크 내부거래 정보에 대해 금융위에 광범위한 접근 권한을 부여하므로 빅브라더 이슈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한은은 “(정부가 빅테크 업체의 모든 고객 거래 정보를 들여다보는 것은) 세계 어느 정부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며 “전금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한국 정부는 빅테크 내부 거래 정보를 모두 들여다보는 세계 유일의 사례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금법 개정안을 둘러싼 공방은 18일 금융연구원이 개최하는 토론에서 이어질 예정이다.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