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개인위치정보 보호와 활용 균형

위치정보는 오늘날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영역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 서비스가 될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안전서비스 등에서 위치정보의 활용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사회가 지속되는 측면에서도 그러하다. 매장 방문보다는 배달 이용이 잦아져서 배달 인력의 위치정보 활용이 많아지고, 카페 드라이브 스루를 이용하면서 내 위치정보 기준으로 해당 매장을 찾게 된다. 위치정보 기반으로 많은 서비스가 생겨나고, 이러한 서비스 관련 스타트업도 많아졌다.

위치정보는 사회 활용 가치가 높은 순기능과 함께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라는 역기능도 있다. 미아나 실종자를 찾고 응급환자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처럼 급박한 생명 보호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반면에 특정인을 부당하게 감시하거나 범죄 행위 도구로 악용될 여지도 있다.

지난해 5월 코로나19 확산 당시 방역 당국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 방문 시민 1만여명의 휴대전화 기지국 접속 정보 제공을 경찰에 요청했다. 사업자가 이를 제공한 것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이 위치정보 수집과 보관에 관심을 보이게 됐다. 이 때문에 방송통신위원회가 개인위치정보 수집 이용 규정 준수 여부를 점검했다. 당시 통신사업자마다 개인위치정보 보관기간이 다르다는 점이 이슈화됐다. 실제로 현행 위치정보법 18조 개인위치정보 수집 조항에는 개인위치정보 보유기간을 명확히 하는 규정이 없다.

이에 따라 개인위치정보 보유기간을 약관 등을 통해 사전에 알리고, 반드시 동의를 얻어 수집하도록 하는 위치정보법을 발의했다. 또 개인위치정보의 파기 방법 및 절차에 관한 규정을 두고 이를 준수하도록 했다. 이를 위반 시 시정조치 명령과 과태료, 과징금 등으로 처벌받게 된다.

그러나 사업자를 옥죄기만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위치정보 산업은 해외에 비해 영세하다. 영국의 기술·시장 분석 기업 테크네비오는 전 세계 위치정보산업 시장 규모가 지난 2016년 180억달러에서 연평균 성장률 39.77%로 2021년 960억달러(약 105조4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에 '2019 위치정보 동향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위치정보산업 시장 매출액 규모는 2019년 1조5918억원 수준에 그친다.

위치기반 산업은 생태계, 시장 규모, 진입장벽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보호와 활용 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산업활성화 측면에서 허가제를 등록제로 바꿔 진입 규제를 완화하고, 한편으로 이미 진입한 사업자가 법을 위반할 시에는 시정조치·과징금·과태료를 높은 수준으로 적용하는 방안이 고려됐다. 또 폐쇄회로(CC)TV 기록, 카드 사용 기록 등 부수 정보는 위치정보법상 위치정보에 포함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사업자의 혼란 문제를 해소했다.

코로나19로 말미암아 개인위치정보의 철저한 수집 및 관리 요구는 더 높아 가고 있다. 개인위치정보는 개인정보에 비해 중요성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낮았지만 이젠 보호 및 활용 균형을 혜안을 발휘해서 고민해야 할 때다.

위치정보의 역기능을 적절히 차단하면서 위치정보 관련 서비스가 더 잘 활용되고 산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사생활 침해 가능성 우려를 완화하는 방향으로의 법제도 장치가 필요하다. 개인위치정보의 보호와 활용 균형을 잘 마련한다면 향후 데이터 산업 및 데이터 경제 활성화에 초석이 될 것이다.

국회에서 이 사안을 조속히 논의, 개인의 위치정보 보호를 더욱 강화하는 한편 산업 활성화 지원도 할 수 있는 산업의 토대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bji@n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