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물류·배터리·모빌리티 업계와 손잡고 전기차 배터리 대여(리스) 사업 실증에 나선다. 동급 내연기관 차량보다 30% 이상 비싼 차량 초기 구매 부담을 줄이면서 배터리 교환, 중고·폐 배터리 재사용 등 후방 산업까지 고려한 국내 첫 사업이다.
실증 사업을 거쳐 전기차 배터리 리스 서비스가 상용화되면 전기차 구매 초기 비용 부담을 한층 낮추는 효과와 배터리 재사용을 통한 선순환 생태계도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2020년 10월 19일자 19면 참조>
현대차는 18일 경기도 화성시 현대차·기아 기술연구소에서 산업통상자원부, 현대글로비스, LG에너지솔루션, KST모빌리티와 전기 택시 배터리 대여 및 사용후 배터리 활용 실증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고 밝혔다.
협약에 따르면 택시 플랫폼 사업자 KST모빌리티(브랜드 마카롱)는 전기차를 구매한 후 배터리 소유권을 리스 운영사인 현대글로비스에 바로 매각한다. 이후 사업자는 전기차 보유 기간 동안 월 단위로 배터리 리스비를 지급한다. 사업자는 차값의 30~40%를 차지하는 배터리값이 빠진 가격으로 전기차를 구매하게 돼 초기 구매 비용 부담이 대폭 줄어들게 된다.
사업이 상용화되면 기존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전기차 가격에서 배터리 비중은 30~40%로, 4690만원인 코나 일렉트릭(기본형)을 배터리 리스 프로그램으로 구입한다면 차 가격 중 배터리 가격 30~40%를 제외한 금액인 2000만원 후반대에 살 수 있다.
여기에 보조금(국고보조금 800만원+지자체 보조금(서울 400만원))을 제외한다면 최종 1000만원 후반에서 2000만원 초반에 살 수 있게 된다. 이후 매달 배터리 리스 비용만 내면 된다.
배터리 순환 모델도 실증한다. 전기 택시에 탑재된 배터리를 새로운 배터리로 교체할 때 확보되는 사용후 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ESS)로 만들어 전기차 급속 충전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전기료가 저렴한 심야 시간대 ESS를 충전하고, 전기료가 비싼 낮 시간대에 ESS를 활용해 전기차를 충전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현대차는 실증 사업 총괄과 전기차 코나 일렉트릭을 택시 플랫폼 사업자인 KST모빌리티에 판매한다. 배터리 보증과 교체용 배터리 판매도 담당한다.
현대글로비스는 배터리 리스 운영과 사용후 배터리 회수 물류를 담당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사용후 배터리를 매입해 안전성과 잔존 가치를 분석한다. 또 사용후 배터리로 ESS를 제작해 전기차 급속충전기에 탑재하고, 해당 충전기를 차량 운용사인 KST모빌리티에 판매한다.
KST모빌리티는 전기차 기반 택시 가맹 서비스를 운영하고 택시 충전에 ESS 급속 충전기를 활용한다. 전기택시 운행을 통해 수집되는 주행·배터리 데이터를 사업 참여 기업과 공유한다.
산업부는 관련 부처와 협의해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지원하고, 실무추진단을 운영, 분기별 진행 상황과 현안을 점검할 예정이다.
이번 실증은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 승인으로 진행됐다. 산업부는 지난해 10월 제4차 산업융합 규제특례 심의위원회를 열고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 활용사업' 등 안건을 심의·의결한 바 있다.
이번 사업으로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 안전성을 실증하고 잔존 가치 평가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전기차 배터리 재사용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 전기차 배터리 데이터 공유를 통해 연관 신사업도 모색할 수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새로운 혁신 모델 실증을 통해 전기차 생태계가 조기 구축되기를 기대한다”며 “향후 전기차 보조금이 없는 국가에서도 내연기관 자동차와 가격 차이를 줄일 사업 모델로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