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 창업자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재산 절반 이상을 사회 환원하겠다”고 선언했다.
김봉진 의장은 기빙플레지가 홈페이지에 18일(한국시간) 영문〃국문 기부 서약서가 공개되며 한국인 첫 '더기빙플레지' 기부 서약자로 공식 인정받았다.
김 의장은 배달의민족을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매각하면서 받은 DH 주식가치 등을 포함하면 개인재산이 1조원대에 달한다. 절반 이상을 기부하면 기부액은 5000억원을 넘길 전망이다.
김 의장은 서약서에서 “저와 저의 아내는 죽기 전까지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한다”면서 “이 기부선언문은 우리의 자식들에게 주는 그 어떤 것들보다도 최고의 유산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2017년 100억원 기부를 약속하고 이를 지킨 것은 지금까지 인생 최고의 결정이었다고 생각하며 이제 더 큰 환원을 결정하려 한다”면서 “교육 불평등에 관한 문제 해결, 문화 예술에 대한 지원, 자선단체들이 더욱 그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돕는 조직을 만드는 것을 차근차근 구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는 2010년 8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과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재산 사회환원 약속을 하면서 시작된 자발적 기부운동이다. 기빙플레지는 까다로운 심사 절차를 거쳐 재산을 본인과 주변인이 모두 인정할 만큼 나눔의 의지가 강한 지 확안한 후 김 의장을 선언자로 받아들였다.
<뉴스해설>김범수·김봉진 등 자수성가형 벤처 창업자 나눔 문화 확산될까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이사회 의장에 이어 배달의민족의 김봉진 의장이 기부 대열에 합류했다. 국내 재벌 기업들이 사회 환원보다 2·3세 경영을 하며 부를 대물림하던 관행을 깨고 최근 국내 자수성가형 벤처 창업자 사이에 나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김봉진 의장이 한국인 첫 서약자로 이름을 올린 기빙플레지는 회원 약 75%가 빈손으로 시작해 부를 일군 자수성가형 억만장자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테슬라 CEO 앨런 머스크, 오라클의 래리 앨리슨 회장를 비롯한 24개국, 218명이 기빙플레지 통해 기부 선언했다.
국내에서도 지난 8일 김범수 의장이 카카오 및 계열사 임직원들에게 보낸 신년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재산 절반 이상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김범수 의장은 “사회문제가 다양한 방면에서 더욱 심화되는 것을 목도하며 더 이상 결심을 늦추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주식 평가액만 10조원을 넘는 만큼 5조원 이상 기부할 것으로 기대되며 김 의장은 공식적인 약속이 될 수 있도록 적절한 기부서약도 추진 중이다.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출발해 회사를 설립하고 축적한 부를 통 크게 사회에 환원한 벤처 창업자들의 기부행렬이 지속될지 이목이 집중된다. 업계 관계자는 “성공한 기업가의 기부 선언은 미국 실리콘밸리 등에서는 생각보다 많이 보편화된 편”이라면서 “벤처사업가를 넘어 한국의 주류로 올라선 CEO들이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갈지 관심”이라고 말했다.
김봉진 의장은 서울예술대학 실내디자인학과를 졸업한 뒤 디자인그룹 이모션, 네오위즈, 네이버에 다니다가 2010년 자본금 3천만원으로 우아한형제들을 창업했다. 김범수 의장은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뒤 삼성SDS에 입사하고 1998년 한게임을 창업한 후 2010년 카카오톡을 출시했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
5000억대 기부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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