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화학이 배터리 소재 사업에 진출한다.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 받는 전고체전지용 고체전해질 개발에 뛰어들었다.
전고체전지는 배터리 양극과 음극 사이에 있는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한 배터리다. 리튬이온전지와 비교해 대용량을 구현할 수 있고 안전성이 높아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이수화학이 배터리 소재 사업을 추진하는 건 처음으로, 미래 시장 선점과 차별화를 위해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전지 분야를 택한 것으로 풀이돼 귀추가 주목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이수화학은 전고체전지용 전해질 사업화에 착수했다. 회사는 황화물계 고체전해질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오는 2022~2023년 울산 공장에 고체전해질 생산설비 투자를 목표하고 있다.
이수화학이 준비하고 있는 황화물계 전해질은 이온 전도도가 높은 물질로 알려졌다. 이온 전도도는 배터리 성능을 결정하는 요소로, 전도도가 낮으면 배터리 용량과 수명이 떨어진다. 황화물계 전해질은 이온 전도가 유리해 고용량의 대형 전지 제조에 적합한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대기 노출 시 수분과 반응, 황화수소 가스를 발생시킬 수 있다. 또 소재 자체의 열화로 인한 전지 성능 저하, 전지 제조의 어려움 등이 황화물계 전해질 상용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수화학은 황화수소를 다룬 기술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고체전해질 상용화에 뛰어들었다. 이수화학의 배터리 소재 사업 추진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수화학은 그동안 석유화학 제품 위주로 사업을 전개했다.
회사 관계자는 “테셔리도데실메르캅탄(TDM), 노르말옥틸메르캅탄(NOM), 노르말도데실메르캅탄(NDM) 등 황화수소를 주원료로 하는 고부가 화학 제품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다”면서 “오랜 경험을 축적했기 때문에 2022~2023년 상업 투자를 목표로 전고체 전해질의 핵심 원료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수화학은 오는 2025년을 전후해 상용화가 예상되는 전고체전지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전고체전지는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등이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기술개발을 하고 있다. 특히 도요타는 전고체 배터리를 2023년 신형 전기차에 채택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화학은 삼성SDI와의 협력이 예상된다. 이수화학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차세대 전지 개발 과제에 삼성SDI와 함께 참여하고 있다. 또 삼성SDI는 전고체전지 개발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삼성SDI는 2023년 전고체 배터리를 정보기술(IT) 기기에 탑재해 성능 검증에 나서고,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중대형 각형 배터리에 적용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산업부 과제에는 이수화학, 삼성SDI 외에도 현대자동차도 참여하고 있어 자동차용 전고체전지 상용화가 기대된다.
이수화학 관계자는 “전고체배터리 시장이 커지는 만큼 상업 가능 시기를 앞당기는 데 일조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일본 시장 조사업체 후지경제연구소는 전고체전지 시장이 2035년에 28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