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식 DB하이텍 대표이사 부회장이 공급 부족이 심화하고 있는 8인치 파운드리 공장 증설에 부정적 의사를 보였다.
8인치 파운드리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과 회사 규모를 고려해 생산능력을 확대하기보다는 생산성을 향상하는 쪽으로 신중한 투자를 집행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DB하이텍은 세계 10대 파운드리 기업이자 국내 시스템 반도체 및 파운드리 산업에서 중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곳이다.
최창식 부회장은 최근 기자와 단독으로 만나 올해 증설 계획을 묻는 질문에 “DB하이텍의 연 매출은 1조원이 안되고, 새로운 파운드리 라인을 증설하려면 1조원이 훨씬 넘는 투자를 해야하는 것이 전반적인 상황”이라며 “내부 실력을 축적하고 내공을 쌓은 뒤 진행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도체 관련 업계에서는 DB하이텍 증설 여부에 관심이 높았다. 8인치 파운드리를 찾는 전 세계 수요 대비 공급이 극도로 부족해서다. 2019년 하반기부터 나타난 공급 부족 현상은 2020년을 넘어 올해까지 이어져, DB하이텍은 이미 6개월 치 주문량이 밀려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급 부족에 DB하이텍은 파운드리 가격을 올해 최대 20% 인상했다.
DB하이텍은 세계 10대 파운드리 안에 드는 업체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다음으로 8인치 웨이퍼 생산능력이 많은 회사다. DB하이텍 생산능력은 8인치 웨이퍼 기준 월 12만9000장이다. 그러나 DB하이텍이 증설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8인치 파운드리 공급 부족은 당분간 해소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DB하이텍은 2014년 흑자 전환 이후 매출이 매년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고, 지난해 9359억원 매출로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그러나 회사는 신규 팹 부지 마련에 필요한 비용이 만만치 않고, 유휴 공간에 증설을 하더라도 매년 증가하는 감가상각비를 감당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판단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해 DB하이텍은 장비 내용연수 변경으로 전년 비 감가상각비가 227억원 증가했다.
또 8인치 웨이퍼용 장비 확보가 쉽지 않은 점, 반도체 장비사들이 신규 장비 가격을 올리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쉽게 증설 투자 결정을 고민하게 만드는 요소들로 보인다.
따라서 DB하이텍이 새로운 팹 증설을 투자하려면 적잖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DB하이텍이 최근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지만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규모 있는 증설은 신중히 판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