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초까지 반짝 유행했던 암호화폐 채굴이 다시 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영업제한 조치, 감염을 우려한 방문객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PC방들이 암호화폐 채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암호화폐 호황장이 이어지면서 채굴 수익성이 높아진 점이 합류를 부추겼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불경기 직격탄을 맞은 지역을 중심으로 전체 PC방 약 20% 정도가 암호화폐 채굴 사업에 뛰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PC방 관리 프로그램 업체들이 채굴 솔루션을 패키지 방식으로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사업에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이들은 채굴로 얻어지는 수익의 약 5~10%를 수수료로 받고 무상으로 채굴 솔루션을 추가로 설치해주고 있다.
한 PC방 솔루션 업체 관계자는 “현재 가맹업체 1000여곳 중 200곳이 채굴 솔루션을 설치한 상태”라며 “암호화폐 경기 호황으로 업주들의 설치 문의가 지속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PC방 암호화폐 채굴은 지난 2017~2018년 암호화폐 폭등기에 크게 유행했다. 이후 수년 간 암호화폐 전반적인 시세 하락과 PC 부품에 악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익성이 떨어져 소강상태로 들어섰다.
그러나 최근 비트코인 시세가 개당 5000만원을 돌파하는 등 장 호황이 이어지자 채산성이 높아지면서 재진입 수요가 늘어났다. 여기에 코로나19 여파로 PC방 매출 악화가 이어지자 고성능 사양을 갖춘 PC방이 자구책을 찾아 채굴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최신 그래픽카드인 지포스 3060Ti를 탑재한 PC의 경우 100대를 가동하면 하루 평균 0.5이더리움 정도가 채굴된다. 18일 정오 기준 이더리움 1개당 시세가 210만원을 돌파, 100만원가량 수입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최신 그래픽카드를 갖추지 못한 PC방들은 중앙처리장치(CPU) 기반으로 채산성이 높은 암호화폐 '모네로'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와 더불어 '배달의민족' 등 배달 플랫폼에 음식점으로 업소를 등록해 줄어든 매출을 음식과 음료 배달 사업으로 상쇄하려는 업소도 늘어나는 추세다.
채굴업계 전문가는 “PC방에서 채굴을 하면 PC에서 발열이 심하게 발생해 내부온도가 상승하는데, 냉방 전력 소모가 큰 여름 대비 겨울에는 오히려 난방비를 아끼는 효과가 더해지게 된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채굴에 대한 투자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지속 늘어나는 추세다. 더블록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암호화폐 채굴 전문기업 블록캡은 최근 비트메인에 채굴장비 '앤트마이너S19' 1만대를 추가 주문했다. 또 2020년 4분기 이후로 최소 10개 이상의 북미 기관 투자자가 채굴 장비를 사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 투자비용은 5억달러(약 552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굴장비 공급 부족 사태가 이어짐에 따라 고성능 채굴장비에는 약 75% 프리미엄까지 붙었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중국 업체들이 채굴산업을 주도해왔지만, 최근 미국 업체들이 투자를 늘림에 따라 채굴 경쟁에 불이 붙은 측면이 있다”며 “다만 이더리움2.0의 경우 작업증명(POW)에서 지분증명(POS)로 검증 방식 전환이 시작됨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채굴 열기가 점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암호화폐 호황장에 채굴 수익성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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