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결제로 수백억원 상당의 투자 자금을 모집하다가 적발된 유사수신 업체 VMP로 말미암은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한 달 사이 관련 민원만 400건 가까이 늘었다. 전체 투자자만 26만명에 달해 민원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할부거래법상 투자 자금에 대한 카드 결제의 경우 취소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민원인과 이에 연루된 KT 자회사 스마트로를 비롯한 전자결제대행(PG)사도 피해 규모가 상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금융 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VMP의 유사수신행위 관련 카드 취소 민원이 이달 3일 기준 443건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1월 24일 금감원이 밝힌 피해 민원 집계인 71건보다 372건이나 증가한 것이다.
이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11월 24일 VMP 관련 카드 취소 등 민원이 급증하자 원금과 고수익을 동시에 보장한다고 유혹하는 유사수신 업체의 투자 권유에 주의하라며 소비자주의보를 발령한 바 있다.
VMP는 KT 자회사 스마트로의 2차 PG사로 등록, 불법 유사모집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투자설명회를 열고 투자 자금으로 208만원을 결제하면 매일 1만5000원을 확정 지급, 수개월 안에 투자 원금 회수는 물론 VMP 쇼핑몰에 입점해서 평생 확정 고수익을 받을 수 있는 '입점권리'를 주겠다고 유혹했다.
또 신규 투자자 소개 수당을 지급한다고 현혹했다. 상당수 투자자는 투자 자금을 빨리 회수하기 위해 지인을 소개하거나 본인 스스로 본인의 하위 투자자로 신규 가입하는 등 다수의 사람들로 하여금 거액의 투자를 하게 했다.
투자 자금 모집 과정에서 현금이 부족한 경우 물품구입 대금을 가장한 신용카드 할부 결제를 이용하도록 했다. 투자자들은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까지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VMP는 유사수신 행위와 관련,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사기 등 혐의로 VMP 대표 김씨와 양씨 등 2명을 구속했다. 또 관계자 110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은 2018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전국에 100여개 지점을 두고 26만명으로부터 투자 자금 명목으로 86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문제는 카드로 결제된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이 같은 결제는 정상적인 카드 결제에 해당하지 않아 원칙적으로 취소가 불가능하다. 할부거래법 16조(소비자의 항변권)에 따르면 소비자는 계약이 불성립하거나 재화 등이 공급되지 않을 경우 할부 항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투자 자금을 할부 결제하는 등 영리 목적으로 이뤄진 할부 거래는 항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투자자와 함께 VMP와 연루된 PG사의 피해 규모 역시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PG사는 신용카드사와 가맹점 계약 체결이 어려운 중소 판매업자들에 결제대행사가 대표 가맹점 계약을 하고 결제를 대행한다. 투자자들이 할부 거래 취소를 하면서 비용이 빠져나가고 있지만 카드사들이 카드 취소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이 피해를 고스란히 PG사가 겪고 있다. VMP를 2차 PG로 두고 있던 KT 자회사 스마트로의 경우 수십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국민사랑 등 일부 PG사는 VMP 관련 민원인들을 사기죄, 여전법 위반 등을 이유로 검찰에 고소했다.
스마트로 관계자는 “VMP의 경우 최초 플랫폼 사업자인줄 알고 중개 업무를 맡긴 것이고, 중간에 검찰 조사를 받았지만 각하 처리돼 유사수신 행위를 판단할 근거가 없었다”면서 “현재도 상당한 민원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에 따른 피해액도 수십억원에 이른다”고 토로했다.
다만 금감원은 할부거래법 16조와 과거 법원 판례, 카드사 법률 자문 등을 토대로 카드 취소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찰 조사 결과 대법원 판례, 카드사 법률 자문, 투자자의 실제 투자 현황 등을 다 살펴봤지만 정상 카드 결제에 해당하지 않아 항변권 행사에 속하지 않는다”면서 “피해민원은 안타깝지만 상행위를 목적으로 카드 결제를 한 것이기 때문에 카드사에 수용하라고 권고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한달 사이 민원만 400건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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